사상 첫 감사위원 비리… 감사원마저 검은 커넥션에

조선일보
  • 최경운 기자
    입력 2011.05.27 03:06

    충격에 빠진 감사원 "터질 게 터졌다… 은진수 사건은 새 발의 피"
    "은진수, 주요 감사 때마다 국·과장 불러 정보 캐물어… 브로커 아니냐란 말도 돌아
    다른 감사위원도 감사관에 부당한 압력 행사, 실무진이 반발하기도"

    은진수(50)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이 알려진 26일 감사원은 충격에 빠졌다. 국가 최고 감사기구로 행정 감사와 공직자 감찰을 주 임무로 하는 감사원의 고위 인사가 피감(被監)기관으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고 감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를 구성하는 현직 감사위원이 재임 중 감사와 관련한 비리에 연루되기는 처음이다. 감사원 내에선 "감사원 창설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은 위원의 비리 연루 의혹이 알려진 이날 오전 감사원 수뇌부는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핵심관계자는 "작년 감사에서 저축은행 부실을 밝혀냈던 감사원이 졸지에 저축은행 비리의 핵심이 된 셈 아니냐"며 "회의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2005년에 한 감사관이 아파트 사업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사업 시행사 측의 청탁을 받고 건설교통부를 '청부(請負)감사'한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었지만, 저축은행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데다 감사위원이 연루돼 조직에 타격이 클 것 같다"고 했다.

    감사원 관계자들 사이에선 은 위원 사건을 놓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쏟아져나왔다. 한 고위 간부는 "작년 저축은행 감사 때부터 '은 위원이 저축은행 쪽과 뭔가 연결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돌았다"고 했다. 부산저축은행 감사를 담당했던 한 감사관은 "은 위원이 감사 초기에 전화를 걸어 '감사의 초점이 뭐냐'며 캐물어 황당했는데 감사 개시 이후에도 진행 상황을 물어와 '감사 윤리가 있는 사람인가'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한 국장급 감사관은 "이번 사건은 '새 발의 피'"라고 말했다. 그는 "은 위원이 저축은행 감사뿐 아니라 다른 감사 때도 담당 국·과장들을 방으로 불러 감사 정보를 캐묻는 일이 있어 감사관들 사이에서 '브로커 아니냐'는 말도 돌았다"고 했다. 한 과장급 감사관은 "은 위원이 저축은행 감사 때 담당 감사관에게 부산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잡는 것 아니냐고 따져 감사관이 '원칙대로 하겠다'고 반발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와 총리실 등에서는 "은 위원 사건이 터진 것이 감사원 내부의 제보 때문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내에서는 "은 위원 외에 다른 감사위원도 감사관들에게 압력을 행사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모 감사위원은 최근 모 기관에 대한 감사와 관련해 감사관에게 "왜 무리한 감사를 하느냐"고 압박해 해당 감사관이 반발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 감사관은 "한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감사관들 사이에서 '조만간 뭔가 (비리가) 터질 것'이란 말이 파다하다"고 했다.

    한 감사관은 "판사가 검사의 수사에 개입할 수 없듯 감사위원은 원칙적으로 감사관들의 감사 활동에 개입해선 안 되는데 몇몇 감사위원은 수시로 감사관들에게 감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거나 부당하다고 느낄 정도로 '민원'을 넣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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