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부터 스타까지… "승부조작 선수, 거의 全구단에 있다" 소문

조선일보
  • 김동석 기자
    입력 2011.05.26 03:00 | 수정 2011.05.26 10:52

    프로축구 승부조작 2명 구속, 2명 영장… 한국 스포츠 '최악의 스캔들'
    불법 토토사이트가 주범 - 조작 통해 고액 배당 노려, 브로커 통해 선수 물색… 골키퍼·수비수가 主타깃
    한번 참여하면 억대 현금 - 유니폼 상자 등에 넣어 전달… 대부분 조폭과 연계돼 약속 못지키면 살해 위협도
    구단들은 쉬쉬 - 불법 알고도 수사의뢰 안해, 조용히 덮거나 방출 조치

    은밀하게 나돌던 프로축구 K리그의 승부조작설이 검찰 조사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창원지검은 지난 21일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브로커 2명을 구속한 데 이어 25일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선수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청소년·올림픽·국가대표를 두루 거친 김동현(27·상무)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는 등 이번 사건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번질 조짐이다. K리그 출범 28년 동안 선수의 승부조작이 드러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검찰은 이들 브로커와 선수들이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에 베팅을 하고 승부조작을 시도했는지, 불법 사설 도박업자와 결탁한 것인지를 조사 중이다. 축구계에서는 지난해부터 특히 불법 도박 사이트를 통한 베팅과 승부조작 가능성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터질 것이 터진 상황"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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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저한 점조직 범죄

    불법 도박 사이트 업자들은 주로 연봉이 5000만원 안팎인 지방 구단 선수들을 목표로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업자들은 선수와 접촉할 때 통화 명세를 추적할 수 없도록 소위 '대포폰'(명의 도용 휴대전화)을 사용하며, 사례금도 현금으로만 전달하는 것이 관례가 돼 있다고 한다. 철저히 점조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거나 증거를 찾기도 어렵다고 구단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의심스러운 선수가 있으면 자동차 트렁크를 기습적으로 조사해보면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축구화나 유니폼 상자 등에 현금 5만원권을 채워 사례금을 전달하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얘기다.

    이번에 업자들은 한 명의 선수가 승부조작을 하는 대가로 억대의 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선수에게 주는 속칭 '사례금' 규모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지나치게 큰 데다 승부조작이 한 명의 힘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선수들이 공모자를 포섭해서 함께 조작에 나섰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특히 지방 구단들이 승부조작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연봉이 5000만원 안팎에 불과하고, 그나마 언제 퇴출될지 알 수 없어 미래가 불안한 선수들이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 년에 두세 차례만 승부조작에 가담해도 연봉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거머쥘 수 있다. 선수가 사례금을 받은 뒤 더 큰 '대박'을 노리고 자신이 출전한 경기를 대상으로 불법 도박에 나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박당하는 선수들

    도박사이트 업자들은 대부분 조폭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번 발을 담근 선수는 좀처럼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선수가 지속적으로 협박을 받으면서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포지션 중에서는 골키퍼와 수비수가 주요 포섭 대상이며 최전방 공격수도 가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골키퍼와 수비수는 가장 쉽게 실점 상황을 만들 수 있고, 공격수는 중요한 찬스에서 헛발질을 하는 방식으로 득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프로축구 구단 관계자는 "불법 승부조작에서는 미드필더가 비교적 인기 없는 직종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불법 축구 도박에서 골 차이가 3골 이상이 되면 '대박'이 터지기 때문에 선수가 받는 사례금도 크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실제 경기에서 도박 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협박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고도 밖에 알리지 못하고 쉬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까지 번졌는지 아무도 몰라

    프로 구단들은 일찌감치 승부조작 가능성을 감지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사실상 대부분 구단에 승부조작 가담 선수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방의 한 구단은 지난해 선수들의 컴퓨터를 일제히 조사해 불법 사이트 접속 흔적을 찾아내고 일부는 방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구단에선 브로커와 접촉이 확인된 선수가 퇴출당한 일도 있었다. 다른 지방 구단은 승부조작 가담이 의심되는 선수를 방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단들은 불법 승부조작이 의심되는 선수를 찾아낸 뒤에도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쉬쉬하며 덮거나 다른 팀으로 보내는 수준에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승부조작이 어느 범위까지 자행됐는지 아무도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선수들의 불법 도박 연루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활동을 강화했다. 선수들에게 도박 방지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일부 구단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의혹이 있는 선수를 적발하고도 그냥 넘어간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준희 gView.jsp?id=374" name=focus_link>KBS 해설위원은 "사정 기관에서 이번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깨끗하게 정리해서 K리그 정화와 자정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철저한 수사가 오히려 K리그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프로축구연맹은 "가담이 확인된 선수는 자격 박탈을 포함해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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