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식 선임기자의 현장 리포트] '노태우 침<鍼>' 한달 지나도 안 풀리는 미스터리

조선일보
  • 문갑식 선임기자
    입력 2011.05.24 03:02

    누가 시술했나… "구당 여제자가 시술" 주장에 구당측 "한의사협회의 음해"

    침, 어디로 들어갔나
    서울대병원 "목의 ㄱ자 관 통과 불가능 옆구리 통해 들어갔을 것"
    한의사협회 "목에 있는 관으로 들어간 후 점점 몸속으로 들어갔다"

    전국이 한 달째 '침(鍼)광풍'에 휩싸이고 있다.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이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지 나흘만인 지난 4월 22일 침이 그의 기관지를 관통해 박혀 있는 게 드러나면서부터다. 열흘 뒤에는 수술로 제거한 침 실물이 공개됐다.

    이 사태는 한의사협회 대 서울대병원, 협회 대 '뜸사랑'간 다자(多者)공방으로 번지다 검찰로 넘어갔다. 한의사협회가 총력 해명에 나선 것은 방치하다가 자칫 환자가 격감하는 등 한의(韓醫)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침 논란을 몰고 온 노태우 전 대통령. 그는 군 복무 시절부터 침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졌다고 한다. /조선일보 DB

    ①누가 시술했나

    이 사태의 최대 쟁점은 4월초 노 전 대통령에게 수차례 침을 놓은 인물이 과연 누구냐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그의 몸속에서 침이 나왔다고 발표한 당일 한의사협회는 한의사들만 이용하는 인트라넷을 통해 시술자 색출에 나섰다.

    한진우 협회이사에 따르면 면허를 가진 국내 한의사는 2만여명이며 실제 진료를 보는 한의사는 1만5000명 전후다. 젊은 한의사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인트라넷에서 주목받은 인물은 전직 대통령들의 공식·비공식 한방 주치의들이었다.

    한의사협회는 박정희·노태우·김영삼 대통령의 비공식 한방 주치의였던 화교(華僑) 한성호(韓晟昊·84) 신동화한의원 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한방 주치의였던 신현대 경희대 교수를 주목했으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 원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7~8년 전 진료를 봤지만 그때도 약만 처방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작년에 외국여행을 다녀온 뒤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협회는 연희동 부근의 한방병원도 이 사태와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구당(灸堂) 김남수(96)옹의 '여제자설(說)'이 등장했다. 김옹은 호(號)에서 알 수 있듯 한쪽에선 침과 뜸(灸)의 대가로, 반대편에선 비과학적 지식으로 혹세무민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등 논쟁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김옹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침을 놓아준 적은 있지만 그 뒤엔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그 인연으로 제자를 소개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반면 한의사협회는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노 전 대통령 비서 중 한 명이 김옹이 이끄는 '뜸사랑' 회원이며 그가 김옹의 여제자를 소개해줬다"는 것이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이 사실은 고관 출신의 노 전 대통령 인척이 비보도(非報道)를 전제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구당측 송순구 한국정통침자학회 사무처장은 "누가 시술했느냐고 제자 3500명에게 다 물어볼 순 없는 것 아니냐"며 "노 전 대통령 비서라면 금방 알 텐데 전혀 사실무근으로 한의사협회가 우리를 음해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②침, 어디로 들어갔나

    침투 경로는 두 가지로 의심된다. ▲오른쪽 옆구리→기침과 호흡의 영향→가슴 중앙부위로 옮겨갔다 ▲목 주변→목에 설치된 의학용 튜브→가슴 부위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파킨슨씨병과 유사한 '다단계 위축'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의사협회나 구당 김남수옹 측의 '뜸사랑'도 "조금이라도 침을 배운 사람이라면 오른쪽 옆구리는 절대 침을 놓을 수 없는 자리"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자칫 '기흉(氣胸)'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인 부위라는 것이다.

    기흉은 폐의 표면에 구멍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 경우 폐가 오그라들며 숨쉬기가 곤란해져 사망에 이른다. 더욱이 양측은 "침병(鍼柄·손잡이)은 유사시 침을 빼내기 위한 것인데 이게 호흡 정도로 몸을 파고들 순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양측은 "침이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노 전 대통령 목에 설치된 '기역자(ㄱ)' 모양의 관으로 들어간 후 기관지 속의 가래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몸이 심하게 떨리면서 점점 몸속으로 들어갔다"는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침이 ㄱ자 모양의 관을 통과할 수 있느냐는 것도 논란이다. 서울대병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한의사측은 "호침은 쉽게 잘 구부러질 수 있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뜸사랑'측도 비슷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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