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사무소

입력 2011.05.24 03:14

무담보 대출로 몽골 유목민 웃음꽃 피운다
마이크로크레딧… 경제적 자립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가축·사료은행과 더불어 소·닭·묘목도 대출
아무도 갚지 않을거라 예상… 초조함 감출 수 없었지만 꼬깃꼬깃한 지폐 받았던 첫 상환 순간 잊지 못해
지금까지 상환율 90%… 곧 ‘빈곤 퇴치’ 보게 될 것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은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적 자립 지원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을 말한다. UN이 2005년을 '마이크로크레딧의 해'로 선포하고, 대표적 기관인 그라민 은행과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으면서 널리 알려졌다. 최근에는 지역사회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소나 닭, 심지어는 묘목을 빌려주는 재미있는 마이크로크레딧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사무소 조현주(43) 소장 역시 가축은행, 사료은행 등 마이크로크레딧 모델을 활용해 지역사회 개발을 꾀하고 있다. 잠시 한국을 방문한 조 소장을 직접 만났다.  편집자 주

조 소장은 지역사회 개발의 사명을 처음 품은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대학교 3학년 때 필리핀 빈민촌으로 떠난 단기봉사에서였습니다. 어느 날 봉사를 마치고 빈민촌을 빠져나오는 중에 '네가 이런 곳에서 함께 살아야 하지 않겠니?'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 날 이후 '아시아의 빈곤에 동참하는 것'이 인생의 좌우명이 됐죠." '서울대 수의학과' 정도면 좀 더 편안한 삶을 꿈꿨을 법도 한데, 조 소장은 "인생에 있어 젊음은 '계란 노른자'와 같은 시간"이라며 "그 시간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일 아니겠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계란 노른자 시간'을 헌신했다. 대학 졸업 후 6년간 방글라데시에서 개발사업을 담당하며 봉사했고, 이후 2002년에 지구촌나눔운동을 통해 몽골로 왔다. 당시 몽골은 혹한과 폭설에 먹을 풀이 없어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차강조드(Chagaan Dzud· 하얀 재앙)'가 3년째 지속된 직후였다. 전체 유목민의 20%가 가축 600만 마리를 잃고, 전체 인구의 15%인 45만명이 이재민으로 전락했다. "유목민에게 가축은 유일한 생계수단이자 재산입니다. 그러한 가축을 모두 잃은 사람들의 울분과 좌절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지구촌나눔운동의 ‘우리들의 나눔축제’참석차 잠시 방한한 조현주, 한영숙 부부는 “아시아 빈곤 해결에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선진국이 되는 길”이라며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몽골사무소를 세운 곳은 수도 울란바토르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자르갈란트 지역. '소득 높고 살기 좋은 마을'을 모토로 세우고 가축을 잃은 유목민들을 위해 '가축은행'부터 시작했다. 즉 젖소를 구입할 돈을 빌려주고, 젖소를 키우며 생기는 우유 판매수입의 일정액을 모아 매달 상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 소장은 "약 500달러 정도를 빌려 젖소 2마리를 사고, 매일 젖을 짜서 시장에 우유를 내다 판 수입의 3분의 1을 상환하면, 한 1년 반 정도가 지나 전액을 상환하게 된다"고 설명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지금도 선합니다. 첫 번째 대상자들이 첫 상환금을 갚아야 하는 즈음이었습니다. 틈만 나면 사무실 창밖을 바라보곤 했죠. 주위에서 다들 '아무도 갚지 않을 것'이라 얘기하던 터라 한편으론 초조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던 때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저 멀리서 희미하게 먼지를 내며 점 하나가 가까이 오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니 전통의상을 입은 유목민 하나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거였어요. 말이 가까워질수록 제 심장도 빨리 뛰었죠. 사무실에 도착해선 주머니 깊숙이서 꼬깃꼬깃한 지폐들을 꺼내는데, 가슴이 벅차더군요. 그렇게 첫 상환금을 받았고 지금까지 90%가 넘는 상환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사무소는 가축은행을 비롯해 자연재해로 사료값이 치솟을 때 사료 및 건초를 지원하기 위한 사료은행도 운영한다. 지금까지 자르갈란트 지역 355가정에 가축 643마리, 1248가정에 2157t의 건초가 지원됐다. 3년 전부터 새로 시작한 바얀찬드만 지역에서는 가축 62마리, 389t의 건초도 지원됐다. 지역주민의 소득증대를 위한 사업 외에 교육사업·환경개선사업 등도 진행한다.

10년 전 가축은행의 첫 수혜자에서 이제는 30마리의 소를 사육하는 우수농가를 만들어낸 할머니는 지역 내 살아있는 ‘희망의 증거’다.
그러한 헌신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 대상(2006), 일가 재단으로부터 청년상(2009), 자르갈란트 지역이 속한 손깅하이르항구(區)에서 감사패(2010)도 받았지만, 정작 조 소장은 "지역 주민들의 삶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감격스럽다"고 고백했다.

"동사무소를 통해 섭외된 우수농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가축은행의 첫 수혜 가정이었습니다. 2마리의 젖소 구입을 지원받고 상환을 잘 해서 2년 후에 한 번 더 지원받았던 할머니여서 기억이 나더라고요. 지금은 젖 짜는 소만 15마리, 다른 소까지 합치면 모두 30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어요. 아들네도 같은 크기의 농장이 생겼다고 하니, 더 놀랍더군요."

10년째 해 오면서 나름 배운 것도, 깨달은 것도 많다. "기다림과 수용의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빠른 성과, 효율적인 진행을 좇느라 기다리지 못 하고 우리가 주도해버리면, 지역주민은 방관자로 전락해버리죠. 그건 진정한 지역사회 개발이라 볼 수 없겠죠."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사무소는 지금도 무상지원은 지양한다. 오히려 지역주민의 역량 강화, 지역주민 스스로 땀을 흘리고자 하는 계기와 동기를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대등한 위치에서 '함께'를 강조하는 덕분에, 주민들도 그를 같은 주민이자 이웃으로 여긴다. 외국에서 온 봉사자나 개발사업 담당자들에게 으레 붙이는 '박시(bagsh·선생님이란 뜻)' 호칭도 없다. 뒷짐 지고 둘러보는 높은 사람이나 외지인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는 기자에게 부부가 한마디를 더했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는 일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모두 맡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함께 나서야만 합니다. 저희 부부는 자르갈란트 현장에서, 어떤 이는 아프리카에서, 또 어떤 이는 대한민국에서 함께 모자이크 조각 하나하나를 맞춰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두가 관심을 갖고 참여할 때 '빈곤 퇴치', '개발의 완성'과 같은 멋진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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