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고의 육상 스타들이 100일 뒤 대구로 몰려온다. 육상 최대의 축제인 세계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8월 27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개막, 9월 4일까지 9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202개국 3800여명의 선수단이 47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루게 될 대구 육상경기선수권은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릴 만큼 규모가 크다.
◆숙명의 라이벌 볼트와 게이
모범생이 번개의 등을 보며 달리게 될까, 그 반대가 될까. 대회 남자 100m 레이스에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레이스는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최고기록 9초58)와 '모범생' 타이슨 게이(29·미국·9초69)의 2파전 양상이다.
볼트는 실력에 스타성까지 고루 갖췄다. 볼트는 2008년 9초69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베이징올림픽을 우승할 때 "아침에 치킨 너겟을 먹고 나왔다"고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육상 단거리 선수들에게 튀김은 금기 음식이다. 이듬해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선 이 기록을 9초58로 더 당겨놓았다. 나이트클럽 밤 문화를 즐기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육상동물 치타를 입양하는 기행도 있었다. 영국 스포츠 전문 월간지 '스포츠프로'는 6월호에서 볼트를 "세계 스포츠 선수 가운데 가장 시장성이 높은 인물"로 발표했다.
물론 볼트가 놀기만 좋아하는, 한심한 청년은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볼트는 "9초40대가 100m 인간 한계일 것이다. 내가 그 기록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아직도 기록 단축 여지가 많이 있다는 의미다.
볼트와 비교하면 타이슨 게이는 '행실이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다. 마약 퇴치 캠페인에 동참해 정기적으로 피검사를 받고 있으며 딸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기 코치가 사기 혐의로 수감됐을 때는 그의 아내와 아이까지 돌봐줬다.
게이는 역사상 두 번째로 빠른 9초69의 개인 최고 기록을 가졌으면서도 늘 볼트에 가려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스톡홀름 다이아몬드 리그 대회에서 9초84로 1위에 오르며 볼트(9초97)를 2위로 밀어냈다. 세계기록을 세운 이후 볼트가 패한 것은 이때가 유일했다.
◆새로운 세계기록 나올까
볼트는 지난해 6월 아킬레스건 부상, 8월 허리 부상을 당하며 일찌감치 시즌을 접고 재활에 전념했다. 오는 26일 이탈리아 로마 대회가 올 시즌 첫 출전이 된다. 볼트는 "(세계선수권까지) 석 달이 남았기 때문에 충분히 최고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지난해 부상 후유증은 제로나 마찬가지"라고 자신했다. 게이는 지난 15일 맨체스터 시티 게임 150m에 참가하며 볼트보다 일찍 시즌을 시작했다. 공식 종목은 아니지만 게이는 14초35로 볼트가 최고 컨디션인 2009년 세운 세계기록(14초19)에 0.16초 차이로 접근했다.
대구조직위원회가 스타디움에 '몬도 트랙'을 깔아 새로 단장한 것도 단거리 기록 단축을 노린 것이다. 고탄성 합성물을 카펫처럼 깔아서 시공하는 몬도 트랙은 스파이크 밀림 현상이 적어 폭발적인 스퍼트가 필요한 단거리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