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재래시장인 서울 남대문시장의 관리회사인 '남대문시장주식회사'가 전통시장 현대화사업과 관련해 시장 상인들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잡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상인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걷은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15일 "서울지방경찰청 폭력계 소속 형사들이 지난달 초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주식회사 사무실에서 회계 장부와 각종 서류를 압수해 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1960년대 설립된 남대문시장주식회사는 일부 지주(地主)와 상인들이 설립한 회사로 노점 단속과 시장의 쓰레기 처리 등 업무를 하는 관리회사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은 이 회사에 대해 "조직폭력배와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들은 "남대문시장주식회사 경비원들이 매달 말 오전 시간에 검은 양복을 입고 3~4명씩 몰려다니며 상납금을 걷는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 A씨는 "10년 넘게 매달 10만원씩 상납했다"면서 "얼마 전에는 상납금 낼 돈이 없다고 했더니 경비원들이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 '죽고 싶냐'고 협박해 그 자리에서 돈을 빌려 상납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장사가 잘되는 중심부 가게들은 매달 20만원, 외곽 점포들은 10만원 정도를 납부하고 있다. 남대문시장주식회사는 이런 상납금 외에 명절에는 떡값으로 30만원씩을 걷을 뿐 아니라 개업 인사금, 차양 설치비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걷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상가 수는 대략 1만여개라 매달 10만원씩만 상납받아도 1년이면 120억원에 달한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이 돈을 왜 내야 하는지, 걷은 돈은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은 작년 12월 남대문시장주식회사 경비원 등을 공갈 및 갈취 혐의로 입건했지만 피해자인 상인들이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해 모두 풀려났다. 시장 상인들은 "남대문시장주식회사가 피해자들이 진술을 번복하도록 협박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주식회사 관계자는 "쓰레기 처리와 노점 단속 등 시장 관리비를 수금하는 것이고, 강제로 돈을 뺏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 중구청이 남대문시장주식회사의 사업 신청을 받아들여 총 70억원 정도의 예산을 남대문시장 개선과 관련해 배정, 집행한 과정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중구청은 2003년부터 남대문시장주식회사의 신청을 받아 2004년 전자상거래시스템 구축사업(10억원), 2010년 2차 전통시장 현대화사업(30억원) 등 총 70억원대의 사업을 진행했다.
시장 상인들은 "남대문시장주식회사측이 '전통시장 현대화사업 대상 건물로 선정돼 매출이 늘어날 테니 사례금을 내라'며 상인들에게서 수백만원씩 걷어가고 있다"며 "중구청이 깡패 집단과 거래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사업 신청은 남대문시장주식회사가 했지만 구청에서 시공사와 감리회사를 선정해 예산을 집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