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며 막강한 인기를 과시했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PPP가 11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지난달 26%에서 8%로 추락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태생이 아니므로 헌법상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는 이른바 '버서(birther)' 논란을 이끌며 인기를 모았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의 인기는 백악관이 지난달 27일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 출생증명서를 공개하면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2일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이 성공하며 트럼프는 결정타를 맞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출생증명서를 공개하면서 "이런 바보 같은 놀음(silliness)에 더 이상 얽매이고 싶지 않다. 나는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다"고 일침을 놓았었다. 당시가 오바마가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최종 점검하던 중요한 시기였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트럼프는 타격을 받았다.

트럼프는 의기소침해진 모습이다. 그는 11일 뉴햄프셔의 사업가들을 만나 "(정치를 하면) 견제를 당할 것은 예상했지만 난 요즘 두들겨맞고 있다"며 "잔인한 공격과 비웃음까지 받아가며 대선에 나가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PPP 여론조사에서는 그동안 트럼프보다 지지율이 뒤처져 있던 마이크 허커비(19%), 미트 롬니(18%), 뉴트 깅리치(13%) 등 예비 후보들이 트럼프를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