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목회요? 그냥 주민들과 어울려 사는 거죠"

    입력 : 2011.05.13 03:02

    보령시 천북면 '들꽃마당 시온교회' 김영진 목사
    예배당에서 영화 상영하고 어르신들에게 컴퓨터 가르쳐… 미생물 이용한 농업기술 강연
    수목원 조성, 들꽃축제 열어… 아이들과 야구경기 보러가고 등·하교 버스 운전까지 맡아

    들꽃마당 시온교회.
    충남 보령시 천북면 신죽리의 '들꽃마당 시온교회'는 들꽃과 나무 천지인 평화로운 농촌교회. 이곳 김영진(51) 목사는 이 마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다.

    김 목사가 교회 마당에 키운 들꽃의 아름다움을 나누려 2005년 시작한 마을 잔치는 인근 수목원으로 자리를 옮겨 천북면의 대표적 지역 축제인 '온새미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예배당에서는 수시로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농업 기술 강연이 열린다. 아예 교회 안에 농업미생물 배양시설도 만들었다.

    김 목사는 또 5년째 매일 승합차를 직접 몰아 마을 초등학교 아이들을 등·하교시킨다. 동네 어른들에겐 때때로 들러 안부를 묻는 아들이고, 주민들에겐 농업 성공사례를 견학하고 새 돈벌이를 고민하는 동지이며, 또 아이들에겐 프로농구·야구 경기에 함께 놀러 가는 선생님이다.

    14일 온새미로 축제 개막을 앞둔 교회 근처 신죽리 수목원에서 만난 김 목사에게 "그럼 목회는 언제 하시느냐"고 물었다. "그게 목회예요. 그런 게 다 목회지요." 주민들이 키운 들꽃 화분을 비닐하우스 안 전시장으로 옮기던 김 목사가 말했다.

    충남 보령‘들꽃마당 시온교회’김영진 목사가 14일‘온새미로 축제’가 열리는 신죽리 수목원에서 들꽃 화분을 나르고 있다. 김 목사는 원래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햇수로 19년째 농촌 목회를 하는 동안 들꽃 이름을 줄줄이 외고 최신 농업기술 정보에도 훤한‘농촌 사람’이 됐다. /이태훈 기자
    목포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죽 자란 김 목사는 1993년 결혼 6개월 된 아내와 처음 부임할 때만 해도 신죽리에 이렇게 오래 머물 줄은 몰랐다. 낡은 교회는 주일마다 예배만 겨우 열며 쳇바퀴 돌듯 운영되고 있었다.

    주민들이 내 집처럼 교회에 드나들도록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다. 장터에 나가 광목을 끊어다 200인치 스크린을 만들고, 큰돈을 들여 빔 프로젝터를 샀다. 읍내 비디오 가게에서 영화를 빌려다 틀기 시작했다. 평생 처음 영화를 보는 노인부터 동네 꼬마까지 예배당 '마을 극장'으로 모여들었다. "어르신들에게 컴퓨터도 가르쳐 드리고, 아이들을 모아 피아노 음악교실도 열었어요."

    매년 10월이면 교회 앞 운동장에서 '추수감사 풍년 한마당'도 열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추수한 것들을 조금씩 들고 모여 고기를 굽고 전을 부쳤다. 두부 만들기, 송편 빚기, 이엉 엮기 같은 경기에 어르신들도 신바람이 났다. 조금씩 교회가 생명을 되찾아갈 때, 교회 마당의 들꽃이 눈에 들어왔다. 노루귀, 매발톱, 제비꽃, 돌단풍, 노루오줌, 꿩의 다리…. 교인들은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리며 '도시 촌놈' 목사에게 들꽃 이름을 가르쳤다.

    김 목사는 "꽃축제로 만들어 함께 나누면 어떨까" 생각했다. 교인, 주민 할 것 없이 힘을 합쳤다. 결과도 좋았다. 첫해 700여명을 시작으로 꾸준히 1000명 안팎이 들꽃을 보러 신죽리에 몰렸다. 기획서를 꾸며 보령시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 재정 지원도 얻어냈다. 작년엔 구제역 여파로 쉬었지만, 재작년엔 15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신죽리 인구는 400명. 그 네 배쯤 되니 '인파'다.

    김 목사는 2007년 인근 낙동초등학교가 재학생 숫자가 50명 아래로 줄며 '통폐합 대상'이 되자 학교 살리기에도 힘을 보탰다. 동문회와 함께 신입생 유치 운동을 벌이고, 먼 곳에 사는 학생을 위해 스쿨버스 기사 역할을 자청했다. 지금도 하루 2시간 반씩 스쿨버스를 몬다.

    "저는 다른 목사들에게 '농촌 목회 너무 열심히 하지 마시라'고 말합니다. 도시 교회처럼 생각해서 혼자 열심 내고 그러면 3년을 못 넘기고 좌절, 실망, 낙담해 떠나고 싶어질 테니까요." 김 목사는 "농촌에 오면 농촌의 속도로 사는 게 좋다"며 "농촌 교회는 주민들과 어울려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제대로 된 역할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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