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왜곡 교과서, 판촉전 시작됐다

입력 2011.05.08 16:57 | 수정 2011.12.15 15:18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일본 교과서들이 독도 주장 외에도 두어평짜리 바위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기본적인 사실 관계까지 틀리게 표기한 것으로 나타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교과서들을 낸 출판사들은 일찌감치 시중에 해당 교과서를 뿌리며 판촉전에 나서고 있다.

◆파도 치면 잠기는 두어평짜리 암초를 ‘일본 최남단 영토’로 표기
일본의 대표적 왜곡 교과서 출판사인 이쿠호샤(育鵬社)의 시판용 공민 교과서는 ‘일본의 영토문제(157쪽)’라는 부분에 독도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는 물론, 태평양에 있는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까지 자국 영토로 표시한 뒤 이를 기준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그린 지도를 실었다.

일본이 오키노토리시마로 부르는 곳은 도쿄에서 1740km 떨어져 있는 태평양의 암초로, 원래 만조 시 육지의 높이가 약 70cm에 가로 2m, 세로 5m짜리인 바윗덩이였다. 파도가 조금 높게 일면 전체가 물에 잠기는 이 바위는 거리상으로도 일본 본토보다 중국이나 필리핀에 더 가깝다.

일본이 태평양의 암초에 콘크리트를 뒤집어씌워 만든 뒤 영유권을 주장하는 오키노토리시마. /조선일보DB
하지만 일본은 1988년 이 암초에 방파제를 쌓고 콘크리트를 바르는 공사를 벌여 지름 50m, 높이 3m의 인공섬으로 만들었고, 일본 일각에서는 이 섬이 일본의 최남단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토로 인정 받으면 이 지역 주위의 자원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은 본토 인근에 있는 오키나와현 하테루마시마(波照間島)에 자국 영토의 최남단임을 의미하는 ‘일본 최남단 비(碑)’를 세웠고, 이 비석은 아직도 그대로 해당 지역에 세워져 있다. 바다 자원을 노리고 기존 자국의 입장까지 뒤집은 셈이다.

◆독도와 일본 오키시마의 거리가 157m?
기본적인 부분을 잘못 표기한 경우도 있었다. 일본 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펴낸 ’새로운 공민 교과서-시판본’ 149쪽 지도에는 울릉도와 독도(교과서엔 ‘竹島’로 표기)의 거리가 약 92㎞, 독도와 일본 오키시마(隱岐島)간의 거리는 약 157m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울릉도-독도의 거리를 87.4km, 독도-오키섬 거리를 157.5km로, 일본 외무성은 울릉도-독도 약 92km, 다케시마-오키시마는 약 157km로 각각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교과서 상 울릉도-독도의 거리는 자국의 정부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독도-오키시마의 거리는 명백한 오기(誤記)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새역모가 일본 외무성 웹사이트에 실린 지도를 옮겨 싣는 과정에서 ‘km’를 ‘m’로 잘못 표기한 것으로 추측했다.

새역모는 그동안 중학교 역사교과서만 만들다가 올해 공민교과서(한국의 도덕교과서에 해당)를 처음으로 만들면서 ‘우리나라(일본)의 영토에 관한 문제’라는 부분에 “일본 땅인 다케시마(독도)를 한국이 실력으로 점거했다”는 주장과 함께 이런 지도를 끼워넣었다.

◆보수 여론 겨냥, 여름 채택 교과서 홍보전 이미 시작돼
이런 가운데 왜곡 교과서 출판사와 관련 단체들은 올여름 중학교 교과서 채택을 앞두고 일찌감치 시중 판매용 교과서를 출시하는 등 서둘러 홍보전에 들어갔다.

새역모와 이쿠호샤 등은 내년부터 일본 중학교에서 사용될 공민·역사 교과서를 지난달 28일 시중 서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들 교과서에는 ‘시판본(市販本)’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긴 하지만, 학교에서 사용될 교과서와 내용은 차이가 없다. 이쿠호샤의 경우 아예 웹사이트에 “시판본은 12쪽 분량의 부록을 덧붙였을 뿐 채택용과 내용이 같다”고 밝혀놓았다.

“일한병합(한국 강제병합)은 일본의 자랑”이라는 등의 역사 왜곡 주장을 해온 새역모는 2001년과 2005년에는 ‘미리 교과서를 파는 것은 위법 아니냐’는 논란 때문에 6월과 8월에야 시판용을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지난 3월 30일 검정을 통과한 지 한 달 만에 서점에 책을 뿌렸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 내 보수 여론을 움직여 교과서 채택률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검정을 통과한 다른 교과서는 이달 중 예정된 교과서 전시회를 통해 첫선을 보인다.

새역모는 이달 29일 도쿄 시내에서 시판용 교과서 발매 기념행사를 열고 유료 회원에게 교과서를 무료로 나눠주는가 하면, 교과서 채택 현황 등을 담은 ‘이메일 매거진’을 새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홍보전을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어디서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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