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12년간 묶인 예금 4000억… 대순진리회의 고민

조선일보
  • 강훈 기자
    입력 2011.05.07 03:03 | 수정 2011.05.07 16:37

    예금주인 종단대표 뽑지 못해 KB은행 여주지점 계좌 동결돼
    작년 오랜 라이벌 사망분열·화합의 기로에

    지난 12년간 은행의 한 지점에 2483억원의 예금이 묶여 있다. 이자가 계속 불어 현재 4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KB은행 여주지점에 있는 돈으로 예금주는 종단 대순진리회다.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종단 대표가 없다 보니 누구도 돈에 손댈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사연은 이랬다.

    대순진리회는 음양합덕(陰陽合德), 신인조화(神人調化), 도통진경(道通眞境) 등의 이념을 바탕으로 박한경이 1969년 4월 창설한 종교단체다. 강증산을 상제(上帝), 조정산을 도주(道主)로 삼고, 박한경이 대표 자리인 도전(都典)이 되었다. 신도를 '도인'이라고 하고 이들이 내는 돈을 '성금'이라고 부른다.

    대순진리회 포천수도장 전경
    신흥 종교였던 대순진리회는 1970~80년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전국 도인 수 200만명에 그 가족을 더하면 700만명이라고 자체 추산할 정도였다. 도인들이 낸 성금으로 재단을 만들어, 종합대학인 대진대학교와 대진고·대진여고 등 6개 고교와 분당제생병원을 운영했고, 대형 종합병원 2곳도 개원을 앞두고 있었다. 서울 중곡동과 경기 여주와 포천, 강원 고성 등지에 수도장이라는 대형 건축물도 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당시 포교에 나선 대순진리회 도인들이 서울 주요 거리마다 깔려 있을 정도로 급성장한 종교였다"고 했다.

    대순진리회는 1996년 박한경 도전이 사망하면서 교세가 주춤해졌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박 도전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아 2인자 그룹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박 도전의 처남인 경석규씨가 오랜 기간 종단 2인자인 종무원장으로 있었지만, 여주 본부도장의 원장 이유종씨가 성금 모금과 예산을 관리하는 실세로 떠오르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1999년 6월 성금계좌의 인출권을 가진 사업자등록의 대표가 경씨에서 이씨 등 3명으로 바뀌었다가 두 달 뒤 경씨로 환원되었고 다시 수일 만에 이씨 등으로 변경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자 세무서는 사업자등록을 직권말소시켰다. 이를 계기로 KB은행 여주지점에 설치된 71개 계좌는 동결되었고, 이후 2인자 그룹들은 각자 명의로 새로운 성금계좌를 만들어 운영했다.

    전국 수도장이 종단 대표가 되기 위한 싸움터로 변했다. 이씨는 도인들 간의 폭력 분쟁 과정에서 여주 본부도장에서 중곡동 도장으로 밀려났다. 이씨와 경씨 등은 법원에 자신을 종단의 대표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무원장을 자처했던 이씨에 대해선 "종무원장에 임명된 적이 없다"고 판단했고, 과거 종무원장을 지낸 경씨에 대해선 "해임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로부터 종단의 대표로 인정받으면 성금계좌의 주인이 될 수 있지만, 서로 대표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공무원들 역시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오랜 라이벌이었던 이씨와 경씨가 사망하면서 종단은 이제 '분열 확대'와 '화합'의 기로에 서게 됐다. 종단 관계자는 "일부 수도장 대표들은 '화합'보다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최대 계파인 여주수도장을 배경으로 살인미수 사건이 벌어지는 등 내분이 더 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종단 내부에선 갈등과 분열은 결국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적지 않다. 시봉선감(비서실장)으로 박한경 도전을 수십 년간 모셨던 김찬성(74) 청주수도장 대표는 "우리에겐 지금 종단을 일으킬 젊은 지도자가 절실하고 그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서 "은행에 묶인 자금도 오로지 종단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KB은행 여주지점 측은 "종단 대표만 확정되면 예금은 곧바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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