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아버지 60년 기다린 어머니 恨 풀어야"

조선일보
  • 이하원 기자
    입력 2011.05.05 03:20

    '납북 규탄 美의회 결의' 캠페인 이끄는 '납북인사가족協' 이미일 이사장
    "두 살 때 끌려간 아버지…" 정부도 몰랐던 8만명단 찾고 한국전 납북사건 사료집까지

    "6·25 전쟁은 53년 7·27 휴전협정을 통해 끝났지만, 저희 전쟁 납북자 가족들에게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납북자 결의안이 채택돼 납북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면 그것이 진짜 휴전이 될 겁니다."

    이미일(李美一) 6·25 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은 4일 본지 인터뷰에서 "오는 11일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가 워싱턴 DC의 연방의회에서 주최하는 '북한의 국제적 납북 실태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납북자 관련 결의안 채택 추진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60여년간 국제적으로 자행한 납치행위 규탄 결의안을 미국 의회가 채택하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한국의 전시 납북자 8만여 명을 포함, 일본, 루마니아 등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납북된 이들의 생사 확인 및 송환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미 의회에서 통과시킴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이를 공론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일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이 4일 전시 납북자 8만여 명을 포함, 일본·루마니아 등 12개국에서 납북된 이들의 생사 확인 및 송환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미 의회에 통과시켜 납북자 문제를 세계적으로 공론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이 이사장은 "휴전 당시 UN도, 미국도 완고하고 잔인한 북한으로부터 '민간인 송환'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며 "만일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를 원한다면 그때의 실패를 만회하고 저희 납북자 가족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 135㎝인 이 이사장의 아버지 이성환(李聖煥)씨는 그가 두 살 때 북한군에게 납치됐다. 아버지가 끌려가기 직전에 그는 유모의 실수로 현관 댓돌에 떨어져 척추를 다쳤다. 여기에 결핵균이 들어가 등이 굽었고, 현재의 키에서 성장이 멈췄다.

    그는 "어린 딸은 사경(死境)을 헤매고 아버지는 납치돼 어머니가 말할 수 없이 고생했어요. 재혼하지 않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소원이 이젠 이뤄져야 하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그의 어머니 못지않게 힘든 세월을 지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지만 '꼽추'라고 놀림을 받을 땐 "하나님, 왜 나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나요"라며 울부짖었다. 초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유명 사립학교 입학이 거절됐다.

    그가 겪은 역경(逆境)은 전시 납북자 문제에 몰두하게 하였다. 2000년 납북인사가족협의회를 만들어 정부도 존재를 몰랐던 8만여 명에 이르는 납북자 명단을 찾아냈다. 그가 이끈 한국전쟁 납북사건자료원은 1153페이지의 '한국전쟁 납북사건 사료집'을 발간했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6·25 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이 통과된 배경에는 그의 적극적인 헌신이 있었다. 지난해부터는 '북한자유주간'에 밤을 새워 탈북자 8만 여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呼名)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 이사장은 2007년에는 뉴욕, 휴스톤을 방문해 미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이 이사장은 "2007년 재미교포 사회는 일치단결된 노력으로 일본의 성노예 규탄 결의안을 미 하원에서 통과시킨 경험이 있다"며 "정부가 지원하고 재미교포 사회가 적극 나선다면 미 의회에서 납북자 결의안은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6.25 납북자에 대한 대북 결의안을 준비하고 미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사)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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