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 '한·미, 한·EU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회원 등 농민·상인 70여명이 이들의 기자회견을 막으려는 국회 경위들과 한데 엉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20여분간 욕설과 주먹이 오가는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한가운데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와 양옆에 정동영·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이 서 있었다.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책이다. 당시 정 최고위원은 통일부 장관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총괄 책임 장관이었고, 천 최고위원은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FTA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불과 하루 앞두고 FTA 반대의 최선봉에 선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2일 여당 및 정부와 협의 끝에 4일 본회의에서 한·EU FTA 피해 대책안과 함께 비준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집회에서 "민주당이 한·EU FTA 처리를 잠정 합의한 건 잘못된 일"이라며 "당내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진보 정당,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천 최고위원 역시 "왜 민주당이 한·EU FTA 처리에서 들러리를 서나. 민주당은 야 4당과의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야 4당 합의란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이 '전면적 검증 없는 한·EU FTA 비준'을 저지하기로 정책 연합을 했다는 것을 말한다.

민주당에선 "무책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민주당 의원은 "명색이 당 최고위원인데 DNA 검사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다른 의원은 "지금 와서 재협상을 운운하는 것은 FTA를 하지 말자는 소리와 뭐가 다르냐"고 했다.

두 사람이 손학규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렇게 입장을 바꾸면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착각"이라며 "당내 의원총회나 최고회의에서도 충분히 반대 의사 표명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피해 대책에 관한 우리 요구사항을 거의 100% 들어주는데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느냐"며 "한·EU FTA는 한·미 FTA와 달리 국민의 70~80%가 지지하고 이익도 훨씬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