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2세, 선종 6년 만에 시복

입력 2011.04.29 16:36

최석우 몬시뇰 등이 생전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한국가톨릭대사전을 봉정하는 모습./조선일보 DB사진
‘평화의 사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5.18~2005.4.2)가 다음달 1일 복자(福子)품에 오른다. 가톨릭 역사상 가장 ?은 6년 만의 시복(諡福·복자로 추대함)이다. 시복은 가톨릭교회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를 복자로 선포하여 공경을 바칠 수 있도록 복자 칭호를 허가하는 교황의 공식 선언이다. 통상 성인(聖人)으로 추대되는 전 단계로 여겨진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 절차는 2005년 선종 직후부터 시작됐다.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일반적으로 선종 최소 5년 뒤 시작토록 돼 있는 유예기간 규정을 면제한 덕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월 프랑스 수녀 마리 시몽-피에르가 파킨슨씨 병에서 회복된 것을 요한 바오로 2세의 기적으로 인정했다.

시성(諡聖)을 위해서는 최소 1건의 기적 사례가 추가 입증돼야 하며, 교황청은 전세계에서 수집된 수천건의 기적 증언 가운데 270여 건을 추려내 조사 중이다.

시복식은 이달 30일 전야 기도회를 시작으로, 1일 시복미사, 2일 감사미사의 순으로 진행된다. 현 교황이 주례하는 바티칸 성(聖)베드로 광장 시복식에서는 생전에 채취한 요한 바오로 2세의 혈액이 공개되며, 제대 앞에 요한 바오로 2세의 유해도 안치된다.

교황청은 원하는 모든 신자들이 볼 수 있도록 참배 행렬이 끝날 때까지 교황의 유해를 공개할 예정이다. 로마의 가톨릭 성당들은 기도하기 원하는 신자들을 위해 30일부터 1일까지 계속 성당을 개방한다.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관 3000명이 동원됐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됐다.

사흘간 계속되는 시복식 전 과정은 바티칸 TV가 전세계에 중계하며, 헬리콥터와 30여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3D 입체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다. 한국에서는 평화방송 TV가 1일 오후 4시50분부터 시복식 실황을 생중계한다.

이탈리아 ANSA통신 등 외신들은 교황의 조국인 폴란드에서 온 8만명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최대 100만명의 순례객이 교황 시복을 지켜보기 위해 로마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멕시코·폴란드 대통령, 프랑스 총리, 벨기에 국왕 부부 등 국가 지도자만 50여명이 참석한다. 한국에서도 전(前)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 등 순례단 300여명이 참여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78년 10월 455년 만의 첫 비(非)이탈리아인으로 제264대 교황에 즉위했다. 가톨릭 역사상 세번째로 긴 27년간 재위하면서 전세계를 104차례 여행하며 평화와 화해, 치유와 일치의 메시지를 전했다.

1979년 공산치하의 고국 폴란드를 방문해 자유노조 운동에 불을 지폈고, 유대교 회당 시나고그(1986)와 이슬람 교당 모스크(2001)를 방문한 첫 교황이기도 하다. 359년 만에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명예를 회복하고(1992), 2000년 만에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전면 회복했으며(1993), 유대인·이교도·여성·아이들에게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죄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2000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맞은 1984년 방한해 103위 복자에 대한 시성식을 직접 집전했고, 1989년 세계 성체대회 때도 내한하는 등 한국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보였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달부터 주교회의 홈페이지(www.cbck.or.kr) 안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諡福) 특집 페이지를 열었다. 시복이란 무엇이며 어떤 일정으로 진행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내용에서 출발해, 요한 바오로 2세의 생애와 주요 활동, 1984년과 1989년 두차례 방한과 2005년 선종 당시 보도들, 교황 생전의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가톨릭출판사(사장 홍성학 신부)가 최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을 기념해 생전 말씀으로 엮은 묵상집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를 펴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신학사상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강론, 회칙, 설교 등 교황의 글 가운데 성월이나 축일 등 매달의 특징을 염두에 두고 짧은 글귀를 선별해 부담 없이 매일 묵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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