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 서울 감독, 전격사퇴 왜?

입력 2011.04.26 13:20

스포츠조선 2011.04.18 FC서울 황보관 감독이 J-리그 챔피언 나고야 그램퍼스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조 4차전을 하루 앞 둔 18일 상암월드켭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황보관 FC서울 감독(46)이 26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자진 사퇴했다.
디펜딩챔피언 서울은 K-리그의 얼굴이다. 황보 감독도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독이었다. 지난 1월5일 취임한 그의 천하는 111일로 막을 내렸다.
광주전 충격을 되돌릴 수 없었다. 서울은 24일 8경기 무승(1무7패)에 시달리던 신생팀 광주와 원정경기를 치렀다. 악몽이었다. 0대1로 패하며 14위로 추락했다. 동력을 잃었다. 황보 감독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내에 위치한 구단 사무실을 방문, 사퇴의사를 밝혔다.
운명의 갈릴김에서 서울은 수용했다. 1983년 K-리그에 발을 들인 서울이 중도에 감독을 교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보 감독은 28시즌 만에 처음으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는 불명예 사령탑이 됐다. 그의 계약기간은 2년이었다. 한웅수 서울 단장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했다. 그래서 자진 사퇴 결심을 만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광주전 패배, 치명타 됐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컸다. K-리그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첫 단추부터 일그러졌다. 상대가 라이벌 수원에다 홈이었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 그러나 0대2로 패했다. 상대가 스리백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됐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대전(1대1 무), 전남전(0대3 패)도 마찬가지다. 4라운드 전북전(3대1 승)에서 K-리그 첫 승을 거두며 반전을 하는 듯 했지만 이후 2무1패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위기에선 사령탑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그의 대처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광주전 후 마침내 한계를 느꼈다. 그는 손으로 눈을 비비며 한동안 머뭇거렸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작고 힘이 없었다.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던지고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감독 따로, 선수 따로
선수단 장악에도 실패했다. 모두가 각각의 섬이었다. 서울은 올시즌 '용병 판타스틱 4'를 구축했다. 데얀-제파로프-아디에 이어 몰리나가 성남에서 서울로 둥지를 옮겼다. 결과적으로 이들을 융합하지 못했다. 특히 데얀과 몰리나의 부조화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황보 감독은 신태용 성남 감독에게 몰리나 활용 방안을 놓고 자문을 구했다. 숙제는 또 다른 숙제로 남았고, 해결책은 끝내 제시되지 않았다.
토종들도 마찬가지다. 그는 호불호가 분명했다. 눈길을 받지 못하는 쪽은 불만이 가득했다. 선수단을 이끌고 갈 구심점도 없었다. 하대성 최태욱 김동우 등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것에 대해서는 운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일본 가고시마 동계전지훈련 중 부상 암초를 만났다. 부상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이 가운데 실험은 계속했다. 성적이 좋지 않자 영도 서지 않았다. 선수들의 신임을 잃어버린 것을 되돌릴 수 없었다.
▶여론의 압박, 견딜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여론도 등을 돌렸다. 황보 감독은 현역시절 별명이 '바보'였다. 속이 여리고 따뜻하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다른 팀도 아니고 서울이 부진하자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광주전에 패하자 팬들 사이에선 시위와 무관중 얘기 등 갖가지 불만이 표출됐다. 프로는 여론의 힘으로 움직인다. 결국 사퇴할 수 밖에 없는 지경으로 몰렸다.
황보 감독은 이날 홈페이지에 '이별 글'을 남겼다. 그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글을 올리게 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현재 FC서울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결심했다. 올시즌 팀을 새롭게 맡으면서 지난해 K-리그 챔피언이자 최고 명문 구단 서울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팬 여러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 가득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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