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진짜라고 하는데 남자는 깨지기 쉬운 환상이라고 말한다. 여자는 영원할 수 있다고 믿는데 남자는 단지 순간일 뿐이라고 비웃는다. 어디부터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르는 우리네 사랑 얘기다.
'체리 향기'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세계적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중년 남녀의 하루 동안 짧지만 깊은 만남을 통해 사랑의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주연을 맡은 줄리엣 비노쉬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그동안 이란 3부작으로 불리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올리브나무 사이로' 등으로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주로 어린이의 시선으로 이란의 현실을 다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색다른 로맨스를 선보인다. 네오리얼리즘에서 유럽풍 모더니즘으로 변신을 시도했으나, 별도의 가공을 하지 않은 사실적 풍경을 배경으로 한 담담한 카메라와 편집, 롱 숏이 이어지는 그만의 사색적 화면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영국 작가 제임스 밀러(오페라 배우 출신 윌리엄 쉬멜)는 새로 펴낸 책 '인정받은 복제품'의 강연차 들른 이탈리아 투스카나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 프랑스 여성(줄리엣 비노쉬)을 만나게 된다. 밀러의 책에 매료된 그녀는 하루 동안 투스카나 시골 지역을 소개해 주겠다고 자청해 같이 길을 나선다. 아름다운 작은 마을을 거닐며 서로에 대해 하나 둘씩 알아갈 때쯤 두 사람은 자신들을 부부라 생각하는 사람들 앞에서 '진짜 부부'인 척 행동하며 사랑에 대한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오가는 미묘한 심리극을 펼친다.
두 남녀의 대화는 예술품의 진위 문제로 물꼬를 터 진짜 부부인 척하는 역할극(role play)을 시작하면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한다. 갓 시작된 사랑의 설렘에서부터 오래된 부부의 권태로움, 그리고 아쉬운 이별을 앞둔 연인의 애틋함까지 연정(戀情)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넘나들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
우리의 사랑은 과연 진실로만 이루어져 있을까. "사랑에 관한 영원한 진실은 없다"는 남자, "어떻게 생각하고 보듬느냐에 따라 진실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남자의 가슴을 두드리는 여자. 한층 성숙해진 줄리엣 비노쉬의 열연이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5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줄리엣 비노쉬가 밀러와 카페에서 얘기하다 화장실에 가서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다.(중년으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여자로서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함)
#대사
"내가 봤을 때 아내가 원하는 건 어깨에 손을 얹어주는 거요. 그거면 돼요."(한 남자가 밀러에게 여자가 바라는 것을 알려주며)
#해외 평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무는 매혹적이고 신비한 로맨스.(시카고트리뷴)
#이런 분들에게 추천
혹독한 이별을 경험한 뒤 다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