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달리다굼선교회 지하 강당으로 각양각색 외모의 외국인이 모여들었다. 다국적 오케스트라·합창단 '카마라타 뮤직컴퍼니' 회원들이다. 지난 17일 오후. 합창 연습을 위해 모인 34명이 쏟아내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아시죠, 소리는 크게 활짝 웃으면서. 입 근육 풀고 시작합시다." 지휘자 제니퍼 스테펜스(31·외국인학교 음악교사·미국)가 진지한 표정으로 지휘대에 서더니 "테너는 강하게,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는 낮게 목소리를 내 달라"고 주문했다. 단원들은 금세 진지해졌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카마라타 뮤직컴퍼니는 2009년 한세대 성악과 박사 과정에 있던 라이언 게슬(30·미국)씨 주도로 만들어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합창단이다. '한국인과 한국의 외국인이 모여 노래로 소통해보자'며 결성했다. 이들은 다음 달 7일 정동교회에서 가질 공연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현재 회원은 80명. 지금까지 400여명의 외국인과 한국인이 거쳐 갔다. 국적을 다 합치면 무려 31개국. 음악전공 유학생부터 엔지니어·회계사·영어교사까지 다양하다. 보기 드문 다국적 음악단체다. 게슬씨는 "한국인 중에는 '헬로' 말고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회원도 있지만,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이니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핀란드 교육학자인 에바 안데스센(53)씨는 "처음엔 재미 삼아 시작했는데 공연이 다가오니 점점 긴장된다"고 했다.

이들의 공연은 서울 외교가에선 알아주는 행사다. 작년 크리스마스 공연 때는 10개국 대사와 유엔(UN) 인사들도 참석했다. 재작년 크리스마스 공연 때는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대사가 "최고의 공연이었다. 정기적으로 꼭 공연해달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음악단으로서의 수입은 물론 없다. 오히려 공연장 임대료와 연주회 안내책자 제작비 등을 위해 각자의 주머니에서 추렴한다. 그런데도 매년 3~4차례 공연 수익금은 모두 기부한다. 지난해에도 상록아동복지센터와 영락보린원 등을 찾아가 기부했다. 크리스티나 큐드리아쇼바(27·리투아니아)씨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를 사귀고, 어린이들도 도우니 정말 최고의 합창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