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 찜, 소금구이부터 새우로 만든 과자까지 새우는 한국인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대표적인 수산물이다. 영양도 풍부하다. 그런 새우를 입이 아니라 눈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관상용 새우 마니아'. 약 2만여명으로 추산되는 관상용 새우 마니아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동호회에 가입해 '정모(정식 모임)'도 갖고 있다.
이들이 키우는 새우는 먹는 새우와 가격부터 다르다. 한 특급호텔에서 지난 명절선물용으로 내놓은 명품 대하세트의 가격은 20만원. 15마리 기준으로 1마리당 1만원이 조금 넘지만 관상용 새우 마니아에겐 아주 '우스운' 가격이다. 관상용 새우가 먹는 사료값(50g 기준 2만5000원)도 안 되기 때문이다. 최고 품종으로 꼽히는 관상용 새우의 가격은 1마리당 300만~500만원을 호가한다.
그렇다고 관상용 새우의 덩치가 바닷가재만큼 큰 것도 아니다. 명품 대하의 크기는 20㎝가 넘지만, 관상용은 다 커봐야 2.5~3㎝에 불과하다.
가장 대표적인 관상용 새우인 CRS (Crystal Redbee Shrimp)는 원래 존재했던 품종이 아니다. 1996년 중국에서 주로 서식하는 비쉬림프(Bee Shrimp)를 키우던 한 일본인이 자신의 수조에서 붉은 줄무늬를 가진 돌연변이를 발견한 게 관상용 새우의 기원이라고 한다. 이후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고, 독일·싱가포르·대만에서도 관상용 새우 마니아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작은 새우 몸에 선명하게 새겨 있는 붉은색 줄무늬에 매료된다. 특히 번식을 앞둔 새우가 마치 날아다니는 듯 추는 포란(抱卵)춤에 푹 빠진 사람들이 많다. 몸 색깔과 줄무늬 선명도가 관상용 새우의 '몸값'을 좌우하는데 '하등급'의 경우 5000원~10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관상용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키우거나 번식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관상용 새우를 판매하는 필아쿠아 송대환 대표는 "수온을 늘 24.5~26도로 유지하지 않으면 관상용 새우는 쉽게 죽는다"며 "여름철 집에서 모기약만 뿌려도 수조 안 새우가 전멸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 온도뿐 아니라 pH(산성의 농도를 표시하는 수치)도 6.5~7.1을 유지해야 한다. 생후 2개월 정도면 번식이 가능한 관상용 새우는 한 번의 산란으로 10~20개의 알을 낳는다. 송 대표는 "관상용 새우가 워낙 민감해 대량으로 번식시켜 돈을 벌려다 큰 손해를 본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이 새우를 키우기 위해선 큰돈 쓸 각오를 해야 한다. 비쌀 뿐 아니라 수명이 15개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조금이라도 오래 살리려면 수조 외에 산소발생기·여과기·냉각기 등을 구입해야 한다"며 "다 갖추려면 한도 끝도 없는 고급 취미"라고 했다.
관상용 새우가 점차 알려짐에 따라 마니아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고, 일본에서 교잡(交雜)한 고가(高價)의 '신상품'도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관상용 새우가 국내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검역을 통과해야 하지만 국제화물특송을 통해 몰래 들어오는 새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직접 만나 거래하는 '개인 직거래'도 활발하다.
관상용 새우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 범죄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지난 5일 경기도 남양주경찰서는 관상용 새우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회원의 집에 침입해 새우 17마리를 훔친 혐의로 이모(3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가 훔친 관상용 새우의 시가(時價)는 1700만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