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던 야크(러시아 고등훈련기) 추락사고… T-50 가격 내려 역전극

입력 2011.04.13 03:04

인도네시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러시아·이탈리아 제치고, 세계 6번째 초음속기 수출국
104개국이 고등훈련기 운용… 20년내 3000여대 수요 예상, 세계 시장 진출에 물꼬 터

인도네시아 정부가 12일 자국의 훈련기 도입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측에 "You are the Winner(당신들이 승자다)"라는 통보를 해왔다. 이로써 한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의 첫 해외 수출 가능성이 커졌다.

김홍경 KAI 대표는 이날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후 1시 10분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T-50이 인도네시아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의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됐고 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자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양측은 향후 9개월 안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는 원칙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그래픽=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김 대표는 "오늘은 우리나라가 미국러시아,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세계 여섯 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으로 진입하는 뜻깊은 날"이라며 "항공 후발국인 우리나라가 90년 이상 앞선 이탈리아·러시아 등 항공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한 편의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간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과거 공산권과 서방의 무기체계를 함께 운용하고 있던 인도네시아에서 T-50이 훈련기로 채택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다른 나라, 특히 과거에 러시아 체계 무기를 사용하는 나라까지 포함한 세계시장에서 T-50이 경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했다.

T-50 수출은 MOU와 정식 계약 등의 절차를 거쳐야 최종 확정되지만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 일정 기간 배타적 협상 권리를 갖게 돼 계약 성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1차로 16대, 총 4억달러 규모의 수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1~2개월 내로 판매가격과 정확한 수출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며 오는 2013년 항공기를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하늘로… T-50B기로 편대비행을 하고 있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공군 제공
세계 하늘로… T-50B기로 편대비행을 하고 있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공군 제공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무엇보다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 진출의 물꼬를 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고등훈련기는 전 세계 104개국에서 6200여대가 운용 중이며 2030년까지 3000여대의 신형 도입 또는 구형 교체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AI는 이 중 30여%(1000여대) 시장을 T-50이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50은 2005년 이후 UAE·싱가포르 등 2개국의 사업자 선정에서 이탈리아 M-346에 잇따라 고배(苦杯)를 마셔 "성능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계속 수출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아왔다. KAI 관계자는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은 제한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 항공산업의 '파이'를 키워 항공산업이 미래 수출 산업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사실 인도네시아와 정치·외교·군사적으로 우호 관계에 있던 러시아 Yak-130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11월 들어 KAI는 전세를 뒤집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엔진·전자장비 등 부품 공급업체들에 수출 성공을 위한 가격 인하를 요청, 종전 가격인 대당 2500만달러 이하로 가격을 낮춘 것이다. 이 무렵 Yak-130이 운항 중 추락하면서 인도네시아 공군 관계자들은 "러시아 훈련기를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년 12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인니 정상회담은 T-50의 우위에 사실상 쐐기를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방한 때 국정원 직원들의 숙소 잠입 사건이 불거져 비상등이 켜지기도 했지만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는 T-50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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