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원단은 어른 옷의 절반밖에 안 드는 것 같은데 가격은 어른 옷의 70~80%라니, 도대체 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대부분이 갖는 의문이다.

업계 사람들은 그 원인 가운데 첫째로 아동복 시장의 규모를 든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밝힌 2010년 성인복 시장 규모는 20조원. 반면 아동복 시장은 약 1조원이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아이 옷을 사는 사람이 한정돼 있다 보니 옷을 많이 찍을 수가 없다. 대량으로 찍어낼수록 원단 구입비와 봉제 가격도 줄어들기 마련인데 옷을 적게 만들다 보니 한 벌당 드는 원가도 상대적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어른 옷 한 벌 만드는 데 100원이 든다면 같은 디자인으로 아이 옷을 만들 땐 120원이 든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선 "어른 옷과 아이 옷 원단 가격이 다르다"는 이유도 댄다. "눈으로 볼 땐 똑같던데…"라는 물음에 '코데즈컴바인' 김영미 팀장은 "같은 원단처럼 보여도 어른 옷은 봉제 실 등을 합성섬유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 옷은 천연 소재를 써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아동복을 백화점 등에 납품할 땐 정부 검사를 거쳐 'KC마크(국가통합인증마크)'를 부착해야 하는데, 이때 아동복 검사비용은 성인복보다 3~5배 비싸다는 것. 아동복 검사 항목 수가 어른 옷의 그것보다 두배 정도 많아 비용도 더 든다는 얘기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의 경우 국내 상표보다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해외 브랜드일수록 원가 대비 이윤이 더 높다고 한다. 백화점들이 국내 아동복 입주업체들로부터는 옷 가격의 35~37%를 입점 수수료로 가져가는 데 비해 해외 브랜드로부터는 20% 정도만 받는다. 그럼에도 유명 해외 브랜드 아동복 가격이, 비슷한 모델과 품질의 국내 것보단 좀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외국 업체들이 그만큼 더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업계 말대로라면 어른 옷보다 아이 옷이 더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만들기도 더 까다롭다는 건데 왜 새로운 아동복 라인은 계속 나오는 걸까. 한 패션회사 임원은 '원려(遠慮)'를 꺼내 보였다. "어릴 때부터 폴로나 버버리 아동복을 입은 아이는 커서도 폴로나 버버리 고객이 된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의 잠재적 고객을 키우기 위해 아동복에 투자하는 회사가 더 많다."

물론 "자기는 싼 옷을 입더라도 아이에게는 비싼 유명상표 옷을 입히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한 업체의 상술(商術)"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