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수 수십만 육박…인터넷 도박은 '금싸라기'

입력 2011.04.11 15:59

김제 마늘밭에서 나온 현금 111억 7800만원…인터넷 도박사이트 수익금이라는데, 과연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00억원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100억원이 ‘쉬운 돈’이 된 이유에 대해 ‘불법’과 ‘인터넷’이라는 2가지 키워드를 공통으로 꼽았다. 베팅 상한제를 두지 않는 불법적 측면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의 편의성이 인터넷 도박 사업을 금싸라기 사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회원 수 사이트 1개당 수십만까지 추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단속했던 한 경찰은 “도박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에 접근이 간편한 인터넷 도박에 끌리는 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깨어 있는 동안 틈날 때마다 도박을 즐기는 게 이들의 습성이라는 것이다. 경찰 수사관들은 “회원 수가 많은 경우 몇만에서 몇십만까지 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100만~1000만원이 오가는 도박을 즐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의 김영대 부장검사는 “규모가 작은 인터넷 도박사이트의 계좌 1개를 열어봐도 한 달여 만에 8억~9억원 정도 되는 돈이 입금된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들 도박사이트들의 매출은 1개당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로 추정된다. 실제로 경찰이 지난 2008년 5월부터 2년간 적발한 스포츠 도박사이트 21곳의 매출 총액은 1243억원이었고 이를 업체당 매출로 환산하면 한 업체당 60억을 벌어들인 셈이 된다.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10% 내외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김제에서 발견된 돈 100억원이 1년 만에 벌어들인 돈이라고 생각하면 돈의 주인은 1000억원대 매출이 발생하는 사이트나 수백억대 매출이 나오는 사이트 여러 개를 운영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 빨리 중독되고 더 빨리 파탄 난다

한국 단도박 모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인터넷 도박 중독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이들 중 대부분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라고 전했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 도박중독으로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며 인터넷 도박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빨리 중독되고 더 빨리 파산한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다양한 도박’의 가능성을 열어 기존 도박 시장의 규모를 급격히 확대시켰다. 서울중앙지검 김영대 부장검사는 “스포츠 토토, 경륜·경마 뿐만 아니라 증권선물시장을 놓고 도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기존의 퇴폐적인 도박이미지를 싫어하던 사람들도 쉽게 끌릴 수 있는 게 인터넷 도박이다”고 말했다.

‘인터넷 공간’이 지닌 ‘초현실적’ 이미지도 인터넷 도박이 활성화된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 경찰관계자는 “사람들은 칩이나 현금이 오갈 때는 그래도 ‘내 돈이 나간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러나 인터넷으로 돈을 베팅하면 그저 숫자가 바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계속되는 단속으로 음성화돼 도박장 자체를 찾기 어려운 기존의 도박장에 비해 인터넷 도박사이트는 찾기도 쉽다. 한 전문가는 “하루에도 수 통씩 날아오는 스팸메일이나 문자를 통해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쉽게 찾아갈 수 있는데 누가 힘들여 밖으로 나가 도박장을 찾겠느냐”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DB
출처=조선일보DB


◆3년 전 불법사행산업규모 정부추산 50조원…이젠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

인터넷 도박 사업은 이렇듯 엄청난 양적 팽창을 보이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의 김지선 전문위원은 “가장 최근이었던 2008년도 조사에서 불법 도박 시장의 규모가 정부추산 50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관계자는 “급격히 온라인 쪽으로 도박산업이 넘어오고 있다”면서 “불법 도박시장의 대부분을 인터넷 도박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자 ‘조직폭력배’들의 인터넷 도박시장 개입 정황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한 검찰관계자는 “조폭들이 연관된 사건이 최근 발생했으며 이미 많은 조폭이 이 시장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은 전문관리자까지 두고 심지어 다른 경쟁 사이트에 디도스(DDos) 공격까지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많다…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

사정은 이렇지만 경찰 등 관리 당국은 “단속할 수단이 마땅찮다”는 반응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중국일본 등 외국에 서버를 두고 사업을 벌이며 서버와 아이피(IP)도 1~2개월마다 바꾼다. 이들이 사이트의 회원들에게 공개하는 통장도 십중팔구 대포통장이다. 한 경찰관계자는 “국내에 서버를 두었다고 해도 압수수색에만 최소 2일이 걸린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외국에 서버를 두는 것을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사감위에서 관리·단속 업무를 총괄하지만 경마·경륜·로또·스포츠토토 등 ‘합법적인 사행산업’만이 관리 대상이다. 경찰관계자는 “사실상 인터넷 도박 사업은 무인지경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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