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마늘밭 사건' 형제들은 어떻게 170억원을 벌어들였나

입력 2011.04.11 13:57 | 수정 2011.04.11 18:21

홍콩에 서버 두고 2년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형제는 탁월했다.’
 
치밀하게 조직을 구성했고, 곳곳에 바람잡이를 배치해 ‘고객’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형 이모(48)씨는 모든 사업을 총괄했다. 동생(44)은 공항을 부지런히 오가며 해외 사무실을 관리했다. 이들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지 2년도 채 안돼 최소 17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전북 김제 마늘밭에서 나온 110억 7800만원이 그 일부였다.
 
◆불과 몇 억원으로 도박사이트 시작해 최소 170억원 벌어들여
 
11일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형제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그 사이 현금을 인출한 돈만 170억원 상당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실제 더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홍콩미국 LA 등지에 서버를 두고 수시로 바꿨다. 중국 칭다오(靑島)에는 콜센터를 개설, 고객의 불만 사항을 접수했다.
 
직원 일부는 도박 사이트의 빈 방에 들어가 같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주임무였다. 이용자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동시에 ‘바람’을 잡는 것이다. 약 30여명에 달하는 직원은 촘촘히 피라미드 조직을 구성해 덩치를 키웠다. 추천 아이디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식으로 이들은 회원을 늘려나갔다.
 
이들 사이트는 ‘바둑이(카드게임의 일종)’와 ‘맞고’ 등의 게임을 제공했다. 배팅에 상한액이 없어 판돈이 컸다. 보통 동시 접속자가 수백명에 달했다. 이용자들이 현금을 입금하면 게임머니로 바꿔줬다. 게임머니 환전 대금이 1540여억원에 달했다.
 
수입은 게임 수수료로 벌어들였다. 게임마다 판돈의 일정액을 회사가 가져가는 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게임마다 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북 김제경찰서. 불법인터넷게임 자금으로 전북 김제시 금구면의 한 마늘밭에서 포크레인을 동원해 캔 110여억 현금다발. 모두 8개박스로 그중 한개만 개봉해 공개했다. 바닥에 깔려있는것만 20여억이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전북 김제경찰서. 불법인터넷게임 자금으로 전북 김제시 금구면의 한 마늘밭에서 포크레인을 동원해 캔 110여억 현금다발. 모두 8개박스로 그중 한개만 개봉해 공개했다. 바닥에 깔려있는것만 20여억이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전북 김제경찰서. 불법인터넷도박 자금으로 전북 김제시 금구면의 한 마늘밭에서 포크레인을 동원해 캔 110여억 현금다발. 모두 8개박스로 그중 한개만 개봉해 공개했다. 바닥에 깔려있는것만 20여억이다./김영근 기자
◆111억여원이 마늘 밭에 묻히기까지
충남지방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이 도박사이트가 회원 모집을 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갔다. 형 이씨는 이를 눈치 채고 돈을 빼돌린 동시에 종적을 감췄다. 현재 수배 상태다. 동생은 2개월의 도피생활을 하다 2009년 4월7일 경찰에 붙잡혔다. 도박사이트 개장 혐의로 구속된 동생은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며 내달 출소할 예정이다.
 
경찰은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 형제가 도박 수익금을 빼돌리기 위해 매형 이씨에게 2009년 4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거액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큰 처남이 주도해 밤과 새벽에 다른 사람을 통해 매형 가족에게 뭉칫돈을 건넸다”고 전했다.
 
매형 이씨는 5만원권 다발을 플라스틱 김치통 등에 담아 아파트 다용도실에 보관해오다가 작년 5월 사들인 김제시 금구면의 990㎡(약 300평) 규모 밭 여러 곳에 깊이 1m 구멍을 파고 묻었다. 이씨는 “집에 두기가 불안했고 은행에 맡겨도 추적당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돈을 5만원권, 2200여 묶음으로 바꿔 밭에 숨긴 이씨는 최근 4억여원을 파내 생활비로 쓰고, 처남들에게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꾀를 냈다. 올해 초 이 밭에서 작업했던 굴착기 기사가 돈을 가져간 것처럼 꾸미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굴착기 작업을 했던 안모(52)씨는 “최근 땅에 묻어둔 조직폭력배 자금 17억원 중 7억원이 없어졌다. 작업 중 보지 못했느냐”고 이씨가 채근하자, 억울함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 8일 저녁 밭 주변을 수색해 숨겨진 거액의 돈을 발견, 10일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씨가 쓰고 남긴 돈 24억여원을 압수했다. 이씨의 진술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밭 주변을 추가로 수색해 86억 6000만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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