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北 인민보안부장<남한의 경찰청장에 해당> 옷 벗긴 '만경대 사건' 전말은

조선일보
  • 강철환 기자
    입력 2011.04.09 03:22 | 수정 2011.04.10 14:12

    남한 드라마 보다가 발각돼 퇴학당한 김일성大 학생들
    만경대 김일성生家 부수고 '김씨왕조 타도' 낙서까지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주상성 인민보안부장(남한 경찰청장 해당)을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주상성<사진> 보안부장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안전보위부와 함께 양대 공안기구인 인민보안부(경찰)를 이끌어왔으며 2009년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 위원으로, 작년 9월 당(黨)대표자회에서는 정치국 정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런 그가 이례적으로 해임된 이유는 무엇일까?

    주상성이 갑자기 해임된 것은 최근 발생한 '만경대 사건' 때문으로 알려졌다.최근 북한 내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월 말쯤 평양시 만경대 구역에 있는 김일성 생가(生家)가 심각하게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주도한 사람들은 김일성종합대학 퇴학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대학에서 남한 드라마를 돌려본 학생들이 대학보위부원에게 이 사실이 발각되자 심각한 사상 투쟁 끝에 해당 학생들을 대학에서 쫓아내면서 시작됐다. 최근 북한의 대학가에서는 남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USB 메모리 등을 통해 급격하게 유포돼 남한 영상물들을 보지 않은 학생이 드물 정도로 유행 중이다. 해당 학생들은 남들이 다 보는 남한 영상물들을 보다가 재수가 없게 걸려 평생을 망친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다가 결국 체제에 대한 보복을 결심했다. 그들은 김정일이 가장 마음 아파할 대상을 물색하다 만경대 고향집을 선택했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평양 만수대 언덕 위에 세워진 김일성 동상을 폭파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화환에 폭발물을 넣고 올라가다가 적발된 이후 인민군 한 개 대대 병력이 김일성 동상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만경대 고향집은 낮 행사시간을 제외한 저녁시간은 경비가 느슨하다는 것을 확인한 이들은 만경대를 타깃으로 삼고 실행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 새벽 만경대 고향집에 진입한 이들은 김일성 생가 문짝을 뜯어내고 내부를 파손했으며 '김씨왕조 타도'낙서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아예 만경대 생가 문짝을 들고 황해도 인근 산속으로 도주했다. 서해안에서 배를 마련해 남한으로 도주할 계획까지 세웠지만 사건 발생 3주 만에 공안당국에 체포됐다고 한다.

    일명 '만경대 고향집'이라 불리는 김일성 생가는 김씨왕조의 성지(聖地)로서 북한인들은 물론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반(反)강제적으로 참관하게 하는 곳이다. 기자도 인민학교(우리의 초등학교) 때부터 만경대 고향집을 해마다 다녀온 추억이 있다. 모든 북한인의 마음속 고향으로 둔갑한 만경대가 불순분자들의 손에 파손됐다는 것은 북한 인민들에게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김일성 생가가 파손되자 김정일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평양의 치안을 담당하는 주상성 인민보안부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국방위는 김정일의 분노를 반영해 주상성을 현직에서 쫓아내 지방으로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의 주요 대학은 대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해 국가보위부와 보안부 요원들이 대거 배치돼 학생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젊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공산주의조차 배신한 김씨왕조의 3대 세습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와중에 발생한 만경대사건은 자칫 북한 내 반(反)정부 투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일성 대학 계단식 강의실에서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북한의 대학생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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