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세션에선 남북 경제 통합을 위한 로드맵이 제시됐다. 하지만 현재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경제 통합의 물꼬가 트이려면 안보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했다.
◆북 주민 탈출 막는 소프트파워는 보건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경제 통합이 순조롭게 진행하려면 ①북한 주민들의 '엑소더스(대탈출)'를 차단 하고, ②남북 경제를 당분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이동과 갑작스러운 통합은 북한의 발전 잠재력을 해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은 통합 과정에서 60~70년대 한국처럼 저임금을 이용한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섬유·광업·수산업 등에서 수출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통합이 시작되면 북한 경제는 GDP(국내총생산)가 일시적으로 30%쯤 줄어드는 등 고통을 겪을 수 있으나 통합이 순조롭게 되면 북한 경제는 연간 8% 이상 성장할 것이고 10년 뒤 북한의 1인당 GDP는 30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통일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대이동을 막고 그들의 마음을 사려면 "경제보다 보건이 가장 중요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 도구"라고 말했다. 북한의 기존 의료 시스템을 긴급 보완해 여성·아이들에게 적절한 의료 혜택만 제공해도 난민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과거 독일·아프리카 사례로 미뤄볼 때 통일 이후 일각에서 우려하는 '주민 대이동'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이라크 재건을 위해 미국과 유엔이 헤어드라이어·라디오·TV 등을 배급했지만 전력 부족으로 정전 사태가 발생해 예상치 못한 혼란을 초래했다"며 "북한에 인도적 구호를 중단하고 전력 등 근본적 지원을 제공하는 시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자이방(王在邦)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에 경제 개혁의 매력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후계자 김정은에 대해 "젊을수록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제 통합 위해선 안보가 풀려야"
전문가들은 경제 통합을 하려면 '안보가 먼저'라는 전제를 달았다. 최강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미주연구부장)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경제 협력으로 신뢰를 구축하면서 군사 협력으로 간다는 점진적 접근법을 취했지만 이는 한반도에 평화가 있는 것 같은 '안보 착시 현상'을 가져왔다"며 "남북의 핵심 이슈는 경제가 아니라 안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 유지에 의미를 두고 (핵·미사일 등) 핵심적이고 논란이 될 만한 이슈를 회피할 게 아니라 공세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랄프 코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한·미 동맹이 통일의 기반이며 통일 후에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북한과 중국측에 한다"며 "한·미 동맹은 협상카드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미·북이 한국을 배제한 협상을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왕자이방 부원장은 "북한 지도부는 경제 개방에 따른 권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려면 북한이 원하는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와 북핵 폐기 문제를 한 테이블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