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原電)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물질이 대기를 통해 한반도 내륙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상청이 비밀리에 태백산맥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추진했던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기상청은 그동안 편서풍이 불었던 것과 달리 동풍(東風)이 불 것으로 예상된 지난 2일 인공강우를 계획했다가 실시 전날인 1일 취소했다고 민주당 신학용 의원에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동풍이 불더라도 하루가 채 안 될 것으로 예상돼 방사능 오염 영향이 그리 크지 않겠지만 이번 주말(2일) 태백산맥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다음날 "예상보다 동풍이 별로 불지 않을 것 같아 인공강우 계획이 취소됐다"고 번복했다.
신 의원 측은 이에 대해 "태백산맥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비가 떨어지는) 태백산맥 동쪽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앞서 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방사능 물질이 내륙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바다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해야 하고, 내륙의 강수는 방사능비를 만들어 낼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태백산맥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추진하려 한 이유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이 임대해 사용 중인 소형 세스나기는 추락의 위험성 때문에 해상에서 인공강우를 시도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 측은 그러나 "아이디어 차원에서 인공강우가 내부적으로 논의된 적은 있으나, 실제 추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2008~2010년 총 16차례에 걸쳐 인공강우·강설 실험을 실시해 7차례 성공했으며 평균 0.77㎜의 눈·비를 내렸다. 이 중 수도권에서는 2차례의 실험이 실시됐으며 1차례 성공했다.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태 때처럼 인공강우를 통해 방사능 물질을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기상청도 그런 이유 때문에 인공강우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