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S사와 M사 등 오리온그룹 계열사 2~3곳이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서미갤러리와 수백억원대의 미술품 거래를 하면서 거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계열사들이 서미갤러리에서 그림을 구입한 목록과 서미갤러리가 판매했다는 목록이 차이가 나는 점을 확인, 오리온그룹이 그림 거래 내역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계열사들이 구입한 그림은 대부분 1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그중엔 가격이 50억원을 웃도는 유명화가의 작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계열사들은 다른 곳에서 구입한 그림을 서미갤러리에 팔기도 했다.

검찰은 또 오리온 계열사들 간에도 그림 거래를 했다는 정황을 확보해 이 과정에서도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림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이미 S사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오리온 계열사들이 서미갤러리에서 산 그림의 유통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서미갤러리는 1989년 서울 청담동에 처음 문을 연 이래 H그룹, S그룹 등 재벌가의 미술품 컬렉션 수집 창구 역할을 하면서 성장했다.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는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부인 이화경 사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미갤러리는 오리온그룹이 2006년 서울 청담동에 고급 빌라인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4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비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마크힐스 시행사가 40억원을 서미갤러리 계좌로 보낸 사실을 확인했으나 홍송원 대표는 "40억원은 오리온 것이 아니다"며 오리온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검찰은 홍 대표를 조만간 소환해 서미갤러리 계좌로 흘러간 40억원의 출처와 오리온 계열사들과의 정확한 그림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