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때문에… 日, 한국 전문가는 "No"

입력 2011.04.02 03:07

"원전 수주 경쟁자였던 한국 도움까지 받으면 日국민들 더 불안 느껴"

일본 정부는 미국에 이어 프랑스까지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복구작업에 참여시켰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전문인력 파견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사고가 확대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나라가 일본과 가장 근접해 있는 한국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관련 정보 제공조차 인터넷에 공개된 수준으로만 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측에 전문가를 파견하겠다고 했지만, 한국원전은 가압수형 경수로로 일본(비등경수로)과 방식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원전 전문가들은 그러나 "원전현장 작업에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정확한 실시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고 초기 일본은 미국과 프랑스의 지원도 거부하다 결국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미·불의 장비와 기술력의 우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막강한 물량공세의 지원으로 복구작업에 참여해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띄워 독자적으로 원전 안팎의 상태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달 31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우기다시피 일본을 방문한 후 계속 사고수습에 협력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佛원전기업 아레바 CEO도 일본으로… 지난달 31일 일본을 방문한 프랑스 원전건설업체 아레바의 안느 로베르종 최고경영자(CEO). 프랑스 원전 전문가 3명과 함께 일본을 찾은 로베르종 CEO는 이날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일본 경제 산업상과 만나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원전사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많은 전문가를 일본으로 파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뉴시스
세계 최대 佛원전기업 아레바 CEO도 일본으로… 지난달 31일 일본을 방문한 프랑스 원전건설업체 아레바의 안느 로베르종 최고경영자(CEO). 프랑스 원전 전문가 3명과 함께 일본을 찾은 로베르종 CEO는 이날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일본 경제 산업상과 만나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원전사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많은 전문가를 일본으로 파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뉴시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정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더 신속하게, 더 다양하게 제공하라"고 촉구했을 정도로 일본은 국내외에 정보를 제공하는 데 인색하다. 일본이 원전사고 관련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것은 자국민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IAEA는 주민들을 40㎞ 권역까지 대피시킬 것을 권고하는데, 일본은 20㎞ 권역 대피령만 내렸다. 한국·중국 등 주변국들은 바다 건너에서도 날아오는 방사성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일본은 원전 주변지역 주민에 대해서도 "당장 건강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의 전문가 파견을 거부하는 것도 "한국의 도움까지 받을 정도면 원전이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 정부가 민간 회사인 도쿄전력에 사고수습을 의존하는 바람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하는 도쿄전력에 정보를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사고 처음부터 자체 기술력으로 수습 가능하다고 주장했을 정도로 상황을 오판했다.

원전사고 앞에서 '원전 기술대국'이라는 자존심을 앞세우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본은 한국과 터키 원전 수주경쟁을 벌이면서 "지진이 많았지만 한 번도 원전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경쟁자였던 한국의 지원을 받을 경우, 일본 원전 기술력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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