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간 유예된 삶, 뒤돌아 보는 인생

    입력 : 2011.03.30 09:02

    아직 죽을 때가 아닌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죽음의 전차를 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시꺼먼 옷을 입은 예전의 저승사자였다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티켓 취소를 거부했겠지만, 요즘 저승사자는 생각보다 합리적이다. 이름마저 스케쥴러라는 그는 현실을 참작하여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망자에게 딱 한 번의 기회를 준다. 49일안에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세 사람의 순도 100% 눈물 세 방울을 가져온다면 삶을 돌려주겠다고. 단 가족의 눈물은 안 된단다.

    ‘이미 넘어버린 생사의 질서를 뒤집고 다시 돌아가게 해 줄 만큼 가치 있는 인간으로 살았는지’ 묻기 시작한「49일」(SBS)은 죽음과 빙의라는 소재가 주는 무거움과는 달리 담담하게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는다.

    넉넉한 집안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맑고 밝게 자란 ‘온실 속 예쁜 꽃’ 지현.  그녀의 약혼자 민호는 당당하고 다정다감한 모습과 달리 불우한 환경 속에서 비뚤어진 자기애와 어긋난 자존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지현의 절친 인정은 서울로의 진학을 위해 지현의 집에서 식구처럼 같이 살았지만, 항상 지현에 대한 상대적 상실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사랑과 우정은 비틀린 욕망 앞에서 무력해졌다. 산에서 조난당해 알게 되고, 극장에서 또 한 번의 우연한 조우. 달콤한 연애를 거쳐 결혼에 이르게 된 민호가 알고 보니 자신의 절친인 인정과 오랜 연인이었고, 재산을 탐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충격적 사실을 알게 된 지현. 사랑과 우정을 미끼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갖고 놀았던 그들의 어두운 진실을 봐야만 하는 지현은 배신에 대한 아픔을 넘어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실패한 삶에 대한 절망으로 힘겨워한다.

    현재를 잃은 지현은 49일 동안 송이경이란 여자의 몸을 빌려 순도 100%의 눈물을 채집하는데, 송이경이란 여자는 지현과 달리 영혼을 잃어버린 여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무채색의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 49일 동안의 기이한 동거를 시작한 그들을 통해 결점 투성이에 나약하고 근시안적이어서 우매하기까지 한 우리의 인생을 제삼자적 입장에서 관찰하게 된다. 지현과 이경의 삶은 불행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이기도 하다. 포기하느냐, 극복하느냐.

    소설가 김훈은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라며 ‘윤리가 생존보다 우선일 수 없는 시대, 생존이 윤리에 우선되는 당대의 현실’을 개탄했다.

    「49일」은 거짓으로 포장된 우정과 사랑이 불러올 비극적 종말을 통해 던적스런 인간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긴 합니까? 당신은 타인을 위해 진정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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