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선거 때 재미보겠다고 뉴타운 사업을 무분별하게 지정해놓고선 부동산 경기 침체로 뉴타운 사업이 주저앉게 되자 그걸 살리겠다며 관련 법 개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최근 뉴타운 건설 시 임대주택 건립 의무비율을 현행 '50% 이상 75% 이하'에서 '30% 이상 75% 이하'로 낮추고, 뉴타운으로 고시된 지 3년이 될 때까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고시를 해제하는 대신 뉴타운 개발조합이 사업 추진을 위해 쓴 돈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여야의원 42명이 서명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지난해 말 뉴타운 기반시설 국고지원 비율의 하한선을 현행 10%에서 30%로 올리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뉴타운은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길음·은평·왕십리 세 곳을 시범지구로 지정해 호응을 얻은 이후 각종 선거 때마다 입후보자들의 단골 공약이 됐다.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서울 48개 지역구 중 28군데서 뉴타운 공약을 내건 후보들이 당선돼 '타운돌이 의원'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지정된 뉴타운은 현재 전국 77개 지구 719구역에 달한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죽어버리자 낙후지역을 살릴 묘안인 양 떠받들어지던 뉴타운은 애물단지로 변해버렸다. 서울의 경우 뉴타운으로 지정된 331개 구역 중 85%는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주민들의 불만과 반발도 나날이 커져 뉴타운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시위가 벌어지고 "이러다 민란(民亂)이 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게 되자 실제로 경기도 일부 시·군은 뉴타운 지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그러자 몸이 단 정치인들이 뉴타운 사업에 특혜를 줘 수익성을 높이거나 국고를 지원하자는 대책들을 다투어 내놓기 시작했다. 심지어 뉴타운 계획이 취소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예산을 책정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선거 때 재미 좀 보려고 무리한 정책을 펴놓고 이제 와서 국민 세금을 끌어다 그 실패를 덮어버리려는 엉큼하고 뻔뻔스런 짓이다.

뉴타운 사태를 수습하려면 그간 뉴타운 포퓰리즘을 주도한 책임자들의 반성과 법적 정치적 책임 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다음 지금이라도 뉴타운 타당성이 없는 곳의 사업은 하루빨리 접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국민 세금이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을 연장시키는 보험금인 줄 알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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