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는 가수다', '실(失)'의 연쇄작용이 무섭다

    입력 : 2011.03.25 09:17 | 수정 : 2011.03.25 09:17

    결국 김건모가 자진 하차하기에 이르렀다. 김건모는 23일 밤 기자들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이쯤에서 제가 빠지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자진 사퇴를 밝혔다. 김건모는 “저도 '나는 가수다'에 계속 갔으면 좋겠지만, 이제 이 프로그램을 만들 대장(김영희 PD)이 없지 않는가”, “재도전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갈등이 많았지만 재도전 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고, 탈락한 뒤 그냥 집에 갔다면 저 자신은 바뀌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꼴지를 해 창피하기도 했지만 재도전 기회도 얻어 2주간 저 자신을 되돌아보며 더 좋은 무대를 보여 드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MBC가 23일 “녹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서 규칙을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묻는다.”며 김영희 PD를 교체한 지 하루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사태의 시발점은 20일 경연에서 7위를 해 탈락하게 된 김건모의 ‘재도전’이다. 김건모가 7위로 호명되자 다른 가수들은 동요했고, 이에 김제동이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한 것. 스태프들의 긴급회의 결과 제작진은 김건모에게 재도전 결정 여부를 맡기기로 했고, 김건모가 재도전을 선택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시청자들과 약속했던 ‘룰’을 깨뜨렸다는 데에 분노했다. 원칙상 탈락자는 재도전의 기회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다음 참가자와 교체된다. 하지만 제작진들이 자체적으로 ‘예외’를 만듬으로써 프로그램의 기본 원칙을 깨뜨린 것이다.

    ▶출연자들이 잃은 것

    시청자들은 ‘시청자들을 우롱한 행위’라며 거세게 비난했고 이 과정에서 몇몇 출연자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먼저 재도전을 제의한 김제동이 첫 번째다. 네티즌들은 ‘주제 넘는 행동이었다. 애초에 말을 꺼낸 것부터가 잘못이다’며 김제동을 비난했다. 

    그 뒤로 김건모가 질타를 받았다. 네티즌들은 ‘패배에 불복하는 모습이 보기 안 좋다, 쿨하게 떠나라’, ‘후배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나, 선배면 그래도 되는 거냐’며 비난했고 다음 아고라에서는 김건모 하차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국민 가수가 한순간에 국민 우롱자가 된 것이다.

    이소라의 MC 자질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이소라는 7위가 발표되자 “나 지금 방송 못하는데 왜 진행하고 난리야. 이거 편집해달라고 할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건모가 7등해서 지금 너무 슬프단 말이야.”며 무대를 박차고 나가 녹화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시청자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MC가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 제대로 방송 진행을 하지 않았다’며 이소라를 비난했다. 하차를 바란다는 격한 의견도 일었다. 

    다른 출연자들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개그우먼 김신영이 녹화 당시 농담으로 “나는 소라 언니만 안 나왔으면 좋겠어”라고 한 농담도 논란을 거치면서 화제가 되었고 가수 정엽은 떨떠름해 보이는 표정이 순간 캡쳐돼 이슈가 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한편 박명수는 김건모 의 탈락에도 평정심을 지키며 방송을 진행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국내 가수 7인이 자칫 하나의 논란으로 인해 빛이 바랄 수 있다는 출연 가수들에 대한 우려도 일었다. 

    ▶시청자들이 잃은 것

    논란이 계속되면서 김건모를 시작으로 현재 출연하고 있는 다른 가수들의 계속적인 출연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김영희 PD의 하차 후, ‘나는 가수다’ 출연 가수의 매니저들은 23일 오후 긴급 모임을 가지고 MBC 예능국에 김영희 PD의 하차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관계자들은 각 소속사 가수들의 하차 여부를 각자 결정하기로 했다.

    기존 출연자들이 하차하지 않기로 합의한다고 해도 다음 출연자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프로그램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논란이 없었어도 나오기 망설여지는 프로그램에 논란 이후 누가 나오고 싶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시청자들에게 좋은 무대를 보여 드리겠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시청자들이 다양한 가수의 좋은 공연을 볼 기회는 줄어든 셈이다.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데에 PD가 책임을 지고 하차한 가운데 이제는 교체 반대, 김건모의 자진 하차, 다른 가수들의 하차 논의가 이어지면서 ‘나는 가수다’의 향방은 정해지지 않고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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