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일본 대지진] "일본에서 신속구호 가능한 집단은 야쿠자뿐" ―미국 타임誌 보도―

입력 2011.03.24 03:02 | 수정 2011.03.24 12:30

'재해현장 가려면 통행증'… 구호 막는 日관료주의
자원봉사자 몰려들지만 "관리 어렵다"며 활용 꺼려… 구호품도 전달 까다로워

후쿠시마와 미야기 등 지진 피해를 본 지역의 관공서 창고에는 구호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자위대가 수송을 담당하면서 구호품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민들은 여전히 음식과 모포 부족으로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다. 약품이 없어 노인 사망자들도 급증한다. 아사히신문은 23일 "후쿠시마 원전 주변 미나미소마(南相馬)시의 경우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쌓인 구호품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빚어지는 현상이다. 행정기관들은 인력 부족을 탓한다. 미야기현청 관계자는 "대피소별로 어떤 물품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창고 물품을 분류해 전달해야 하는데 행정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이재민들이 관청에 연락해도 전화 받을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것.

인력난을 호소하면서도 막상 자원봉사자 활용은 꺼린다. 전국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문의는 쇄도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자원봉사자들이 오히려 구호활동을 방해할 수 있고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숙식을 자체 해결할 수 없는 자원봉사자는 아예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해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현지 주민이거나 현장 경험이 많은 시민단체의 전문자원봉사자들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인들이 차량을 마련해 재해 현장에 가기도 쉽지 않다. 재해 현장에 가려면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경찰이 이를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재해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물품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공무원을 피해 지역에 파견하는 것이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다른 자치단체들은 구호품만 보낼 뿐 직원 파견을 꺼리고 있다. 비정부단체인 피스윈즈재팬의 오니시 겐스케 사무총장은 아사히신문 기고를 통해 "지원이 가능한 회사들과 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을 시급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도쿄도청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일반인들의 구호품을 본격적으로 받고 있지만 품목과 방법은 엄격하게 제한한다. 구호품을 보내려면 단일 품목을 박스에 담아서 박스에 품목명을 크게 기재하라는 식이다. 한 박스에 여러 품목이 섞여 있으면 재분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 도쿄도청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식료품과 의류는 필요가 없어 접수하지 않는다"면서 "만일 이들 품목을 택배 등으로 보내면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2일 "야쿠자만이 허가를 받지 않고 신속하게 구호활동을 벌이는 유일한 집단"이라며 일본의 관료주의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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