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일본 대지진] "젖먹이한테 수돗물 먹이지 마시오"… 日, 이번엔 물 공포

입력 2011.03.24 03:06

도쿄 정수장서 방사성 요오드131 검출
뉴스 보자마자 뛰쳐 나와 편의점·마트 생수 싹쓸이… 관방장관 "사재기 자제를"
양배추·브로콜리·순무 등11가지 야채 출하 금지… 초밥집엔 손님 사라져

23일 오후 3시쯤 도쿄 시내 편의점과 자판기의 생수가 순식간에 동났다. 도쿄 시내에 물을 공급하는 가나마치(金町) 정수장에서 유아(乳兒·만 1세 미만) 음용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돼, 유아에게 직접 수돗물을 먹이거나 분유도 타 먹이지 말라고 도쿄도(都)가 발표한 직후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공포가 마침내 250㎞ 떨어진 도쿄의 수도관을 타고 도쿄 시민들의 집 안 깊숙이 쳐들어온 것이다.

도쿄도는 이날 "가쓰시카(葛飾)구 가나마치(金町) 정수장에서 1㎏당 210Bq(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며 출생 이후 1년이 되지 않은 유아에 대해서는 수돗물을 먹이지 말라고 권고했다.

외국 생수만 팔리는 도쿄… 일본 도쿄도가 수돗물에서 유아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며“출생 1년 이하의 유아에겐 수돗물을 먹이지 말라”고 발표한 23일 오후 도쿄 시내 편의점의 프랑스산 (産) 생수 코너에서 한 주부가 손에 잡히는 대로 물병을 바구니에 담고 있다. 발표 직후 유아를 둔 가정은 물론 성인들도 수입 생수 사재기에 나서는 등 일본이‘물 쇼크’에 빠졌다. 기존에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야채와 유제품, 수산식품보다 물 오염 공포는 훨씬 클 것이란 전망이다. /로이터 뉴시스

수돗물의 방사성 물질 기준치는 성인은 1㎏당 300Bq이지만 유아의 경우 1㎏당 100Bq이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어린이의 갑상선암이 크게 늘어나 어린이에 대해서는 성인의 3분의 1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돗물을 마셨다고 해서 바로 건강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쿄 시민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반찬거리는 먹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는 생활은 상상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생수 사재기 자제 요청

정부 발표 직후 도쿄 시나가와(品川)구 대형 수퍼에선 2L들이 페트 6병이 든 물 17상자가 10분만에 팔렸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세 자녀를 둔 가정주부는 지지통신 인터뷰에서 "TV에서 뉴스를 보자마자 집을 뛰쳐나와 비를 맞으며 인근 수퍼마켓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 2L들이 페트 6병과 500mL 페트를 바구니에 집어넣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 우유는 물론, 밥 짓고 국을 끓이는 데도 수돗물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생수 사재기 자제"를 요청했고, 수퍼마켓에선 1인당 판매량을 한 병으로 제한했지만 시민들의 사재기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도쿄도는 가나마치 정수장 급수 범위에 있는 도쿄 중심부 23구와 무사시노시, 마치다시, 타마시, 이나키시, 미타카시에 거주하는 유아(8만명)를 둔 가구에 1인당 550mL들이 생수 3병씩, 총 24만개를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유아들에게만 수돗물을 먹이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불안감은 성인들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전문가들은 '수유 중인 산모가 오염된 물을 마시는 것도 아이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도쿄 미나토(港)구에 거주하는 주부 다카무라 게이코(高村敬子·42)씨는 "당분간 집에 사놓은 생수로 밥을 해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생선 기피하느라 스시 식당 안 가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후 식재료에 대한 우려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도쿄 시내 최대의 어시장인 쓰키지(築地) 시장 인근의 초밥집 거리에는 지난 주말부터 사람이 줄기 시작해,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된 22일부터는 손님이 거의 사라졌다. 가게 주인들은 후쿠시마·미야기(宮城) 쪽이 아니라 시코쿠(四国) 등 남쪽 지방에서 생선을 가져오고 있다고 가게 앞에 써 붙여놓고 있으나 별 효과가 없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후쿠시마현 등에서 생산된 브로콜리·양배추·순무 등 11개 야채에서 방사성 물질이 잠정기준치를 최고 164배 초과해 출하중단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요오드131

</STRONG>요오드(원소 기호 I·원자량 127)의 대표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방사성 요오드'라고도 불린다. 우라늄·플루토늄의 핵분열 생성물 중 약 3%를 차지하며, 반감기는 8.0197일(日)로 짧은 편이다. 갑상샘 기능 진단 같은 의학적 용도에 쓰인다. 많은 양에 노출될 경우, 갑상샘암 등 갑상샘 질환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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