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이 왕에 대한 너무나 유려한 이야기, 킹스 스피치

  • 김양수 / 만화가 & 칼럼니스트

    입력 : 2011.03.23 09:15

    1936년, 영국 왕실에서는 역사적인 스캔들이 하나 벌어졌다. 그 스캔들의 주인공은 영국의 앞날을 짊어지고 갈 젊은 왕, 에드워드 8세. 그는 결혼도 안 한 총각으로서 왕위를 계승했다는 점에서부터 상당히 센세이셔널했는데, 더 놀라운 일은 그 왕이 이미 한 번 이혼을 했으며 두 번째 이혼을 준비 중인 미국의 한 유부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에드워드 8세는 1936년 즉위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랑 때문에 왕위를 포기하고야 만다. 이후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뒷받침과 도움 없이는 국왕으로서의 중책을 수행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라는 그의 퇴임 연설은 이후 사랑에 관한 가장 유명하고 멋진 말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지만, 실제 심슨 부인의 어두운 행적들에 관한 문서들이 근래에 들어 속속 공개되면서 과연 그 로맨스가 정말 한편 동화처럼 아름다운 것이었는가, 철없는 한 남자의 멍청한 순애보였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다.

    영화 <킹스 스피치>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주인공은 바로 이 철없이(?) 왕위를 던진 남자, 에드워드 8세의 동생인 조지 6세.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조지 6세라는 인물이 단 한 번도 왕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평범하고 소심한 남자라는 데 있다. 영화 속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실제로 조지 6세는 왕으로 결정된 날 아내인 엘리자베스 왕비와 슬픔에 눈물까지 흘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왕이 된 후엔 평범한 일상과는 영원히 안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론 왕이 된 후에는 전시에도 나라를 떠나지 않으며 책임감 있는 왕으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는 것이 주된 일과임에도 불구하고 심한 말더듬으로 인해 이를 너무나 꺼려한다는 점. 특히 라디오가 탄생하면서 그의 목소리를 전 세계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라 그는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그 수많은 교정 시도의 실패 끝에 만난 사람이 바로 배우 출신의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한마디로 말더듬이 왕 조지 6세와 변변한 학위 하나 없지만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진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실제로도 둘은 즉위 후에도 오랫동안 좋은 친구로 남았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그들이 ‘어떻게 좋은 친구가 되는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다. 관객들의 자극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억지 사건을 만들어내지도 않고, 둘의 사이를 심하게 미화하거나 반대로 폄하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도 ‘어떻게 둘이 정말 친한 친구가 되었을까’에 대해 딱 부러지게 대답할 순 없다. 그저, 마지막에 혼신을 다해 연설하는 조지 6세와 라이오넬 로그의 교류를 통해 두 사람이 어떤 감정적인 교류를 하고 있는지 어림짐작해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림짐작이나마’ 할 수 있는 것은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쉬라는 명 배우의 연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또한 요즘 영화로는 보기 힘들게 직선적이고 깊은 힘이 느껴지는 각본도 분명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는데 있어서 한 몫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조금만 더 디테일이 강했더라면, 카메라가 두 사람의 연기에만 너무 집중하지 않고 좀 더 다양한 장면들을 보여줄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긴 하지만, 그런 정도로 작품을 폄하하기에는 뒷맛이 너무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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