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노대래 신임 방위사업청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방위사업청은 개혁 과제가 많은 곳"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부패 고리를 끊어야 한다.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내부 개혁을 추진하라"고 말했다. 노대래 청장은 같은 날 취임사에서 "비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로 뭉치게 마련이고, 비리가 많은 조직에는 끼리끼리 문화가 형성된다"며 "품질이 확실한 장비를 투명하게 획득·공급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과 신임 방위사업청장의 지적은 모두 옳다. 우리 방위산업에는 역대 정권이 처음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결국엔 무릎을 꿇고 만 개혁 과제가 쌓여 있다. 전문성을 중시해 군(軍)의 무기전문가들에게 무기 수급 책임을 맡기면 방산업계나 국제 무기공급자들과 유착해 수시로 무기 원가를 부풀렸다. 군의 무기 수급 담당자들은 옷을 벗으면 예외 없이 얼마 후 방산업체로 자리를 옮겨 현역 선후배들과 한통속이 돼 예산을 빼먹곤 했다. 이런 문제점을 제거하겠다며 무기공급업체와 유착하지 않은 비(非)전문가를 수급책임자로 앉혀 놓으면 반대 현상이 빚어졌다. 무기사정에 어두운 책임자들이 방산업체와 담당 공무원, 무기 거간꾼들에게 휘둘려 오히려 더 큰 국가적 손실이 발생했다.
이런 딱한 사정 때문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탄생한 것이 방위사업청이다. 방위산업의 고질적 비리를 없애고 최적(最適)의 무기체계를 적기(適期)에 적절한 값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방위사업청 청장이 이명박 정부 들어 벌써 네 번째 바뀌었다. 방위산업 개혁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노무현 정부는 방위사업청장 2명을 군 출신으로 임명했고 이명박 정부도 처음 2명은 군 출신에서 골랐다. 그 이후엔 두 번 연달아 조달청장을 지낸 민간인 출신으로 골랐다. 아마도 한 해 12조원을 주무르는 방위사업청을 무기전문가에게 맡겨서는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방위산업 개혁은 한 정권의 집권기간에 결판을 낼 수 없는 우리의 지병(持病) 같은 숙제다. 앞으로 들어설 모든 정권이 연속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성과를 올릴 수 없다. 현재의 대통령과 다음 대통령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그런 각오를 세우지 않으면 방위산업 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다 제풀에 꺾이는 일이 거듭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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