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후쿠시마 원전 반경 80㎞ 밖에 있는 교민들도 가급적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원전 80㎞ 지역에 있는 교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권고한 지 하루 만이다. 정부는 지난 13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도쿄를 '여행 유의' 지역으로 지정했고, 미야기현 등 동북부 5개 현은 '여행 자제', 후쿠시마 원전 30㎞ 이내는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 제한' 조치를 내렸었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의 상황이 악화돼 일본 체류 국민을 대피시켜야 할 경우에는 군수송기와 군함, 해군경비함까지 동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교민들에게 철수 권고를 내리는 문제에 대해선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영국·독일·프랑스·러시아 같은 나라들이 지난 17일부터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하는 등 발 빠른 조치를 취한 것에 비하면 우리 정부는 철수 권고에 신중한 편이다. 일본 체류 자국민이 수천 명 규모에 불과한 다른 나라와 달리, 교민 규모가 57만8000명에 이르는 우리의 철수 결정은 한·일 양국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며 훨씬 복잡한 고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삶의 터전이 일본인 재일교포들을 제외하고 유학생과 주재원 및 가족들 숫자만도 10만여명에 이른다. 일부 유학생과 일본 회사에 다니는 교민들은 "정부의 귀국 권고조치가 없어 눈치가 보여 귀국을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즉각 귀국권고 조치를 내려달라는 호소를 하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철수 권고가 있어야 다니던 회사와 학교에 '정부 조치를 따라야 한다'는 정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 상황이 나아져 일본에서 일과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철수 권고에 따른 대일 관계 악화와 혼란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라면 유학생과 주재원 중에서 일시적으로 귀국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교민 철수 조치는 신중해야 하지만 최종 판단과 행동은 치밀하고 신속해야 한다. 인원수가 많은 점을 감안, 우선 일본 내 안전지역에 수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민간 선박까지 동원할 수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교민 철수 여부를 적시(適時)에 결정하려면 후쿠시마 원전 상황에 대해 일본 정부는 물론 미국과도 정보를 교차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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