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지역 협력기구인 ‘아세안(ASEAN)’의 10개 나라가 유럽연합(EU)처럼 단일 비자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자카르타에 본부를 둔 아세안 사무국의 에디 크리스네이드 사무국장은 17일 ‘5개년 계획’ 발표를 통해 “외국인이 아세안 10개국 중 한 나라의 비자를 받으면 그 비자로 나머지 9개국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단일 비자 제도’를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아세안 이외의 지역에 사는 외국인은 비자 하나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을 구경한 뒤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서핑을 하고, 싱가포르에서 쇼핑도 할 수 있다.
아세안의 각국 여행사와 여행 담당 기관들은 “단일 비자제도가 성사되면 2009년 현재 6500만명 가량인 아세안 방문객 숫자가 급증할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수라폰 스웨타스레니 태국 관광청장은 AFP통신에 “단일비자 제도는 10개 나라 모두에게, 특히 전략적 위치가 좋은 태국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 올 것”이라며 “각국이 발급 기준과 기간, 비용 등 비자 관련 기준 통합을 위해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0개 나라가 처한 각자의 현실이 너무나 달라 단일 비자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말레이시아 여행업협회 아룰 다스 부회장은 “각국의 기술 수준과 정치적 문제, 상이한 비자 시스템의 통합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앞으로 5년 안에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아세안은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캄보디아·싱가포르·라오스·필리핀·미얀마·브루나이 등 10개국으로 구성됐고 전체 인구는 약 6억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