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 폭발에 이어 2·4호기도 15일 오전 폭발하면서 방사능 누출에 대한 공포가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미국·일본 등에서 원전 추가건설 계획에 대한 재검토 주장도 나왔다. 국내에서도 가동 중인 21기 원전의 안전은 믿을 만한 것이냐는 불안이 커가고 있다.
원전에서 얼마만큼의 방사선이 나오며, 그 방사선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은 잘 밝혀져 있다. 방사선은 극미량 수준까지 검출·측정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원전 공포는 쉽게 확산된다. 원전이 어떻게 운영되고 원전 내 사고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분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탓이 크다.
지난 12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최초의 폭발사고가 난 후 일본 정부 설명이 나온 것은 5시간 뒤였다. 그 후로도 어느 원전의 어떤 기능에 얼마만한 손상이 생겼고, 노심(爐心) 용해나 방사능 대량 누출을 막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지 국민에게 상세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소유회사인 일본 도쿄전력은 2000~2002년 진행된 원자력안전·보안원의 점검에서 28건이나 점검 기록을 조작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번 사고 직후에도 '거짓말쟁이 도쿄전력 말을 어떻게 믿느냐'는 여론이 높았다.
국내에선 21기의 원전이 전체 전력의 34%를 공급하고 있고 2030년까지는 9기를 더 지어 59%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도 원전의 비중을 늘려갈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론 태양광·풍력·수력 등으로 가야 하지만 이런 재생가능 에너지는 2008년 기준 2.43%의 에너지를 충당하고 있을 뿐이고, 2024년이 돼야 8.9%로 늘어난다.
중요한 것은 원자력발전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바로 공개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그 이유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은 자신들이 원전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고, 정부가 모든 일을 국민에게 알리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불신을 갖게 된다. 그러면 정부가 원전 필요성과 원전 안전성을 입이 아프도록 말한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에게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원전 운영자들은 원전 내의 사소한 사고와 실책도 숨기려 하기 쉽다. 법으로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 신속한 정보공개를 강제해야 한다. 원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별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떤 채널을 통해 어느 시간 안에 공개해야 하는지에 관한 세밀한 규정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원자력업계를 믿고,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 설명을 납득하고, 앞으로의 원전 건설계획도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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