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일본 대지진] [한류스타 이병헌 인터뷰] "우릴 그토록 사랑해줬던 분들… 부탁합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입력 : 2011.03.15 03:03 | 수정 : 2011.03.15 05:27

    한류 연예인들과 함께 구호 활동 들어갈 것
    일본인들 정신적 外傷 심각… 지진 사태 끝난 후가 더 걱정

    14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한류스타 이병헌씨는 퀭한 눈빛에 넋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정부·기업·시민·배우·가수 할 것 없이 우리나라 각계각층이 모두 힘을 모아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나서야 한다"며 "가장 가까운 이웃인 우리가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노력한다면 더 이상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류스타 이병헌은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친구가 이런 재앙을 당하고 있다면 가만히 있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겠느냐”며“모두 힘을 모아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씨는 먼저 자신에게 큰 사랑을 보내준 일본인들에게 위로의 인사부터 전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재앙을 맞은 일본 분들에게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되기 힘들다는 걸 잘 압니다. 사실 저도 일본인들이 겪고 있을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멍하고 남들이 무슨 말을 해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예요. 이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되는데…. 계속 마음이, 머리가 힘드네요. 그래도 지진 한복판에 있는 일본 분들에게 한 말씀만 드리고 싶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이씨는 대지진 참사 소식을 들은 뒤 매일 소속사 직원들과 일본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를 두고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와 동료 배우,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분야로 구분해 일본 돕기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런 시기에는 하나로 뭉쳐야 훨씬 더 큰 힘이 나오는 만큼 일본에서 사랑을 받은 동료 연예인들을 모아 구호 활동에 들어가겠습니다.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죠. 사람이, 생명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닙니까?"

    그는 한류스타들 가운데 일본인들과 가장 많이 공동작업을 한 배우로 손꼽힌다. 영화 '히어로'에서는 일본의 국민 배우 기무라 다쿠야와 함께 공동주연을 맡았고 올해 초 방송된 후지TV 드라마 '외교관 구로다 고사쿠'에도 특별출연했다.

    이씨는 "대지진 소식을 들은 직후 일본에 있는 지인 수십 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지진 소식을 들은 첫날에는 한 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밤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다음 날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통화가 불가능한 지역의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참담할 따름입니다. 그중에는 저와 잠깐이라도 마주치거나 인연을 맺었던 분들도 있을 텐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씨는 국내의 반일(反日)감정 등을 의식한 듯 '일본'이라는 나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해 달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일본은) 가장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고 (그곳의 한류 팬들은) 우리를 그토록 사랑해줬던 분들 아닙니까? 이런 거대한 불행을 마주한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 하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감정이죠." 그는 "모든 한국인들이 이제 그만 지진이 멈추고 일본인들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공통적으로 갖게 된다면 그 기운이 바다 건너에 전해지지 않겠느냐"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그런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이번 지진에 대응하는 일본인들의 침착한 모습에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인의 힘을 느꼈어요. 말이 별로 없으면서도 준법정신이 워낙 투철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는 "일본인들과 공동작업을 하면 시간낭비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전준비가 철저해 때로는 힘들었던 기억도 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도쿄에 있는 고층 건물들이 지진 때문에 마구 흔들리면서도 철저한 내진설계 덕분에 크게 파손되지 않았잖아요. 아마 이렇게 미리 대비하는 일본인의 습관이 아니었다면 더 큰 불상사가 생겼을 겁니다."

    이씨는 지진 사태가 끝난 이후의 일본을 더 걱정했다.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은 일본인들이 과연 쉽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였다. 그는 "지진 당시 소속사 손석우 대표와 배우 한효주가 도쿄에 있었기 때문에 긴박한 현장 상황을 자세히 전해들을 수 있었다"면서 "아무리 지진 대비를 많이 했던 일본인이라 해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부짖으며 패닉 상태에 빠지는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당장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 분들의 마음에 평안을 주기 위한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겁니다. 그와 관련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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