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 회항 사태… 이륙 20분만의 기체이상 뒤 무슨 일이

입력 2011.03.14 03:02

기장 "그냥 가자"… 경호처 "혹시 모르니 돌리자"
자갈밭 車달리듯 '드드드'… 이륙 30분 뒤 "돌아가자"
안전착륙 위해 기름 버려 1시간25분 정비 뒤 재출발

이명박 대통령이 탄 대통령 전용기, '대한민국 공군 1호기'가 12일 오전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한 지 약 1시간40분 만에 기체 이상으로 회항(回航)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 전용기가 기체 이상으로 회항한 일은 1948년 건국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10분 4일간의 UAE 출장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을 이륙했다. 이륙 후 약 20분쯤 지난 시각부터 기체 왼쪽 두 번째 출입구(L2 도어) 쪽에서 '딱딱딱' 하는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장관·수석비서관급들이 탑승한 비즈니스석 부근이었다. 경호처에서는 즉각 기장 등과 함께 기체 이상 확인에 들어갔고 기장은 "비행에는 이상이 없는 단순 소음 같으니 그냥 비행해도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때 기체 이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쿵'소리와 함께 마치 자갈밭을 자동차가 달릴 때와 같은 '드드드' 하는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때부터 기내 수행원들과 기자단에서도 "뭔가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통령 전용기가 12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이륙한 뒤 기체 이상으로 인천공항으로 회항하기 위해 서해안 상공을 선회한 궤적이 항공기 내 디스플레이에 잡혀 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경호처는 대통령과 기내 회의를 거쳐 "100만분의 1이라도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며 회항을 결정했다. 이륙한 지 30분가량 지났을 때였다. 전용기는 군산 상공에서 서해상으로 기수를 돌려 서해 앞바다를 크게 3바퀴 정도 선회하며 항공유를 버리기 시작했다. 착륙 시에 일정 무게 이하여야 안전한 착륙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이때만 해도 정확한 소음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았고 기내에는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느냐"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고도가 서서히 내려가고 기체도 큰 흔들림은 없었고 전용기는 오전 9시 50분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대통령 전용기가 12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회항하기에 앞서 군산 앞바다 상공에서 날개 끝으로 항공유를 방출하고 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개장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 전용기가 내린 인천공항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소방차 수십대와 앰뷸런스, 비상상황 대비 차량이 활주로 주변에 대기하고 있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 대한항공 관계자 등도 서둘러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에게 "안전점검 차원에서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고장 여부를 확인하고 가벼운 상황이면 다시 출국하고 뭔가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리면 일정 조정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부부와 모든 수행원도 기내에서 대기한 채 정비가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완벽하게 점검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냐"고 물었고 정비가 끝났다는 보고를 받자 "바로 출발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수석은 "기체 아래쪽 외부공기 흡입구 내 에어커버 장치에 이상이 생겨 소음이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간단히 교체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재급유 이후 11시 10분에 다시 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용기 정비를 마친 시각은 오전 11시쯤이었다. 전용기는 11시 15분 인천공항을 이륙해 이날 밤 9시 10분쯤(한국시각)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탑승하고 있던 대통령 전용기가 기체결함으로 회항했다. 12일 오전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 기공식 참석및 에너지 관련 협력 강화를 위해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하려던 이명박 대통령이 전용기 화물칸 도어의 이상으로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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