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 중 하나와 이에 따른 거대한 쓰나미가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하고 있는 나라 일본을 골라 덮쳤다. 자연과 인간의 전형적인 이 싸움에서 승리는 또다시 자연의 몫이었다.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이 사망 또는 실종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세계 최첨단 기술을 갖추고 지진에 대비한 준비 태세가 가장 뛰어난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은 11일 발생한 규모 8.8의 지진 앞에 무기력하기만 했다. 이번 지진은 1900년 이후 발생한 것으로는 5번째로 강력한 것이자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최악이다. 피해 규모로는 사상 최악까지는 아니지만 피해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게 확실하다.
재난 전문가 데니스 밀레티는 "인간이 어떻게 대비를 하든 완전히 안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밀레티는 "자연은 언제나 인간이 준비하는 것 이상의 사태를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경보 시스템 덕분에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쓰나미는 더이상 과거처럼 파괴적이지 못하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지진의 충격을 견뎌낼 수 있도록 지어지고 있다.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지진은 지난해 아이티를 덮친 지진보다 700배나 강력한 것이었지만 22만여명이 사망한 지난해 아이티 지진에 비해 사망자 수는 훨씬 적다. 11일의 지진은 일본 동부 해안으로부터 130㎞ 떨어진 지하 25㎞ 지점에서 발생해 길이 300㎞ 너비 150㎞에 이르는 해저 파열을 일으켰다.
이번 지진은 거대한 지각판이 또다른 지각판 밑으로 깔려 들어가면서 일어났다. 이러한 지각판의 움직임은 가장 강력한 지진들을 발생시킨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거대한 쓰나미를 불러온 지진 역시 바로 이 같은 이유로 발생했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의 데이비드 애플게이트는 "우리는 이번 지진에서 지구의 매우 큰 균열을 목격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를 극복해낼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이는 바로 일본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지질 전문가들은 일본의 건물들은 지진을 견뎌낼 수 있도록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준 아래 건축된다고 말한다. 일본 국민들은 지진 대비 훈련을 수없이 반복하고 지진 발생에 대한 준비 태세를 잘 갖추고 있다. 또 미국과 달리 일본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진은 막대한 피해를 불렀다. USGS의 브라이언 애트워터는 "이번 지진이 방출한 에너지는 미국이 한 달 간 소비하는 에너지 총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USGS의 켄 허드넛은 이번 지진의 위력은 혼슈섬 전체를 동쪽으로 25㎝나 이동시킬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 미 항공우주국(나사)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지구의 자전 속도가 1.6 마이크로초 빨라지게 됐다.
일본은 항상 '다음 지진'에 대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일본이 대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곳보다 훨씬 북쪽에서 일어났다. 일본이 예상했던 곳은 도쿄 인근 지역이다. 일본에서 도카이 대지진으로 불리는 대지진은 도쿄 인근 지역에서 주로 일어났다.
이번 지진은 도카이 대지진은 아니지만 이를 위한 시험이라 할 수 있다. 도쿄 주변 지역에서는 이른바 도카이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이 자랑하는 엄격한 건축 기준도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지어진 지 오래 된 옛 건물들은 아이티 지진 때와 같은 취약성을 드러낼 것이다.
일본 TV들은 또다른 대지진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국민들에게 대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