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은 일본 전역뿐만 아니라 러시아·대만 등 태평양 연안국가 및 섬들을 순식간에 '쓰나미(지진해일) 공포'로 몰아넣었다. 일본 전역이 쓰나미의 직접적인 '희생자'가 되는 동안 태평양을 끼고 있는 30여개 국가들은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고 자국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일부 외신은 "일본 지진으로 인해 중미 국가 등 50개국에서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기상청은 "앞으로 한달간 규모 7.0 가량의 지진이 계속되고 쓰나미 역시 한달 정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발생 3시간 만에 러시아 해상이 영향권
일본에서의 지진·쓰나미 발생 1시간30여분 만인 현지시각 오전 10시 5분(한국시각 오후 4시 5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바로 위쪽인 러시아의 쿠릴열도에서 첫 쓰나미가 관측됐다. 말로-쿠릴스크 마을에 도착한 첫 번째 쓰나미 파도는 높이 0.5m에 불과했다. 러시아 비상대책부의 공보 담당자는 "이는 얕은 바다에서 쓰나미가 잦아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더 큰 쓰나미가 러시아 해안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말로-쿠릴스크의 주민 1만1000명은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으로부터 안전한 지대로 몸을 피했다.
◆발생 6시간째, 필리핀·타이완도 피해
태평양의 서쪽 가장자리에 있는 필리핀은 일본 지진·쓰나미 발생 6시간 만에 영향권에 포함됐다. 필리핀 지진 당국은 일본 상황이 발생한 직후 자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고 동부 해안 19개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수리가오 지역 4개 해안가 마을 주민 1만5000명은 급히 대피했다. 마트노그 마을 주민 490명은 13대의 트럭과 16대의 버스, 6대의 자전거와 함께 꼼짝없이 길에 갇혀 있어야 했다.
타이완에서는 일본에서 쓰나미가 발생한 이후 6시간 만에 약 10m 높이의 파도를 동반한 쓰나미가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이 일본을 강타한 이후 북동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한 타이완 기상청은 "이 쓰나미는 높이가 낮아 별다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지시각 오후 6시40분(한국시각 7시40분) 경보를 해제했다.
중국 국가해양환경경보센터도 일본 지진과 관련해 발령했던 쓰나미 경보를 현지시각 오후 5시40분 해제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지진 발생으로 몰려온 쓰나미가 타이완 동해안에 이르렀을 때 높이가 50㎝ 이하로 낮아져 피해가 사실상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경보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발생 6시간 이후… 하와이까지 닿아
일본에서 약 6200㎞ 떨어진 하와이까지 쓰나미가 번지는 데 8시간이 걸렸다. 태평양 쓰나미 경고센터는 일본 지진 발생 8시간여만에 약 1m 높이의 쓰나미가 카우아이 섬과 오하우 섬에 도착했지만 그로 인한 피해가 보고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와이 호놀룰루 비상관리부는 일본 지진 발생 직후 휴양객들을 해안가로부터 일찌감치 대피시켰다. 라디오를 통한 긴급 뉴스와 함께 공무원들이 확성기와 전화를 통해 경보를 전달했다.
미국령인 괌 당국은 11일 밤늦게 쓰나미가 강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민들은 해수면으로부터 최소 15m 이상 높은 고지대로 대피했다. 미국 태평양 쓰나미경보센터는 쓰나미가 태평양 동부 연안의 멕시코 일대와 남미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본토에서 8800㎞ 떨어져 있는 뉴질랜드 또한 쓰나미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다. 뉴질랜드에서 오클랜드 다음으로 큰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지는 지난달 22일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해 165명이 목숨이 희생된 적이 있다.
케냐 기상부도 자국 인도양 연안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12일 오전쯤 쓰나미가 도달할 예정이나 강도는 약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