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이 흔들리더니 바닷물이 육지로 밀고 들어왔다. 고층 빌딩과 원전·정유시설이 화염에 휩싸이고 도로가 무너졌다. 산이 허물어지고 민가와 차량, 선박과 열차가 해일에 휩쓸려 갔다.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에서 11일 오후 2시 46분 처음 강진이 일어났을 때 동해안 상의 진앙에 가장 가까운 해안지역 미야기(宮城)현 북부는 물론, 내륙 도쿄(東京)까지 크게 흔들렸다. 언론들은 "이 정도면 규모 7쯤"이라고 추측했다. 3시쯤 일본 기상청은 "진앙이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373㎞ 떨어진 곳이며, 지진 규모는 7.9로 측정됐다"고 발표하고 동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지진은 첫 발생 후 1시간 안에 동북부 일대를 초토화했다. 미야기현 원자력발전소에 화재가 났고, 도쿄 시내 수십 개 건물에 불이 붙었으며 수도권 고속도로가 파괴됐다. 도쿄와 수도권을 잇는 신칸센의 운행이 중단됐고 나리타(成田)공항도 폐쇄됐다. 일부 정유시설과 철강공장에 화재가 발생하고, 원자력발전소 4곳의 가동이 중단됐다.
지진 직후엔 쓰나미였다. 쓰나미 경보가 나온 지 불과 10여분 지났을 때였다. 미야기현과 이와테현 등 동해안, 즉 태평양 연안의 환태평양 지진대를 죽 따라 150㎞ 정도가 최고 10m의 파고(波高)가 들이닥치면서 즉각 타격을 입었다. 오후 3시 15분쯤 엄청난 속도로 바닷물이 역류해 이와테현을 덮치더니 15분 후에는 미야기현 해안의 민가와 차량, 비닐하우스 단지 등이 순식간에 검은 바닷물에 휩쓸리는 모습이 NHK 화면을 통해 흘러나왔다.
오후 4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의 규모를 당초 7.9에서 8.8로 정정했고, 일본 기상청도 규모가 8.8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다시 발표했다. 정부는 자위대 함대를 동북 해안에 급파하고 군용기를 띄우는 등 피해확산 방지와 구조작업에 돌입했다.
오후 5시부터 인명피해 소식이 구체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언론들은 사망자 수를 23명(오후 6시 30분)→36명(7시 30분)→90명(10시 20분)→300~400명(11시) 등으로 시시각각 늘려 갔다. 각종 피해 상황은 끝모르게 확대됐다. 정부는 6시 30분 미야기현의 원전 화재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을 거론했고, 10시 후쿠시마 원전도 연료봉 노출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입력 2011.03.12. 03:00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