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쿵.'

11일 오후 2시 46분쯤 일본 도쿄의 국회의사당 내 3층 참의원(상원) 제1위원회 회의실. 한 의원이 어린이 수당 관련 질문을 각료들에게 하고 있던 중 갑자기 건물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벽과 바닥이 들썩였고, 천장에 달린 육중한 샹들리에가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렸다. 회의실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방청석에선 한 여성이 "지진이다"라고 날카롭게 외쳤다. 질문을 듣고 있던 각료는 처음엔 의자를 붙잡고 버티려 했으나 흔들림이 심해지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건물에선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을 포함한 각료들과 여야 의원들이 모여 예산결산위원회를 진행 중이었다. 건물이 흔들리자 간 총리는 당혹한 표정으로 의자 손잡이를 꽉 붙잡았다. 총리 비서관이 서둘러 총리에게 뛰어가 몸으로 막으려는 듯 그를 감쌌다. 간 총리는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옆 자리의 의원과 심각한 대화를 나눴다. 일부 의원들은 놀란 나머지 벽을 짚고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했다. 또 다른 의원들은 천장의 샹들리에가 떨어질까 봐 위를 쳐다보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한 각료가 긴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총리를 관저로 돌아가게 하시오." 위원장이 "휴식합니다"라고 선언하자 수위들이 각료와 의원들을 유도해 회의실 밖으로 대피시켰다. 회의는 즉각 중단됐다. 간 총리는 곧바로 관저로 돌아갔다. 회의를 생중계하던 NHK 방송 화면 하단에 '지진 경계경보' 소식이 급하게 올라왔다.

일본 국회에서 벌어진 이 상황은 방송을 타고 그대로 세계에 전해졌다. 일본 북동부 도호쿠(東北) 인근 해안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이 373㎞ 떨어진 일본의 심장부 도쿄 참의원까지 강타한 것이다. 나리타 공항과 정유시설 등 태평양 연안을 쓰나미로 쓸어버린 강진이 참의원까지 무너뜨렸다면 일본의 지도부는 심각한 공백 상태에 빠질 뻔한 순간이었다. 일본 정치권은 14일 예정된 정기국회 심의도 중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