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위원장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는 대검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판·검사 관련 범죄와 국회가 의결한 사건의 수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청을 신설하며, 경찰이 검찰 지시 없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하고 검찰에 대한 경찰의 복종의무를 없애는 개혁안을 여·야 합의로 발표했다.

특위는 야당이 주장해온 공직비리수사처 대신 특별수사청을 대검 아래에 설치하고 특별수사청의 인사와 예산·수사의 독립을 보장하기로 했다. 특별수사청을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대검 소속으로 둔다면서 어떻게 인사와 수사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특별수사청이 대검 소속으로 있는 한 검찰총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기는 어렵다. 특별수사청이 국회가 의결한 사건을 수사하도록 한다면 여·야 합의 또는 여당 주도로 1년에 몇 건이나 특별수사청 수사 사항을 의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수십 년 전부터 논란이 돼온 사안이다. 형사소송법에 경찰은 범죄 혐의를 발견해도 검찰 지시 없이는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실제론 강력사건이나 고소·고발사건을 별다른 제한 없이 수사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이 검찰 지시 없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해도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경찰의 복종 의무 삭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검찰청법에 경찰은 긴급체포·압수 수색·구속영장 청구 같은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이렇게 해야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거나 적법 절차를 어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은 권력의 눈치나 보고 업자들의 접대 향응이나 받는 검찰을 믿지 않는다. 최고 간부들은 함바집 이권을 놓고 뇌물을 챙기고, 하급 경찰관은 범죄자와 동업(同業)해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고 수사 실적을 올리려 엉뚱한 사람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경찰도 믿지 않는다. 국민 불신을 함께 받고 있는 두 수사 기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어려운 문제다. 검찰·경찰 두 당사자만이 아니라 학계·시민단체·보통 시민들의 광범위한 의견을 듣고 지혜를 모아야 할 문제다.

개혁안에는 대법원에 상고(上告) 심사제를 도입하고, 대법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법관을 14명에서 20명으로 늘리는 내용도 들어 있다. 상고 심사제는 무조건 대법원까지 가고 보자는 '묻지 마'식 상고를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고 심사제가 '전관(前官) 변호사'의 활동 무대만 넓혀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대법원 업무 부담을 줄이려면 대법관 증원보다 하급심을 강화해 상고 남발을 막는 게 중요하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사법 제도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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