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자연 사건 뒤에 숨은 어둠의 세력 밝혀내라

조선일보
입력 2011.03.08 23:30

2009년 3월 7일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씨가 숨지기 전 지인에게 손으로 써 보냈다는 편지 50통 235쪽의 일부 내용을 한 방송사가 공개하면서 '장자연 사건'이 2년 만에 되살아나고 있다. 이 방송사는 장씨가 편지에서 "연예계와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 등 31명에게 100번 넘게 접대를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후 인터넷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접대받은 사람 명단이 나돌며 각종 루머가 난무하던 2년 전 상황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2년 전 장자연 사건에 전담수사팀 41명을 투입해 27곳을 압수수색하고 참고인 137명과 통화내역 14만여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장씨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와 장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씨, 드라마 감독과 금융인 등 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경찰은 장씨를 죽음으로 내몬 세력과 인물이 누구이며, 그들과 유착해 그들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성적 접대를 받은 부도덕한 인물들이 과연 누구누구인가를 가려내 죄(罪)를 묻지도 못했고, 이 사건을 이용한 일부 정치 세력의 악의적 공격에 의해 부당하게 명예를 훼손당한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를 확실하게 가려내 그 누명을 벗겨주지도 못했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이런 진실을 소상하게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일부 언론들까지도 뻔히 진실을 알면서도 모른 체하며 거기 편승(便乘)해 이득을 노리는 탈선행위에 나서 사회를 더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연예·방송가의 조직폭력배와의 유착과 후원 세력에 대한 성접대 소문은 수십년 동안 공공연하게 흘러다니던 우리 사회의 음지였다. 장자연 사건 이후에도 여러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이런 어둠의 세력이 여전히 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들의 자살을 단지 인기에 목매는 개인의 심리적 불안과 두려움 탓이라며 덮어버리려고 하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도 없고, 우리 사회가 보다 투명한 사회를 향해 새 걸음을 내디딜 수도 없다. 잊을 만하면 터지곤 했던 연예계 비리는 접대와 띄워주기를 맞교환하는 이 세계의 거래 풍속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것을 파헤치겠다는 수사가 언제나 끝을 보지 못하고 엉거주춤 중도에서 주저앉고 말았던 전례(前例)들은 어둠의 세력의 영토가 얼마나 넓고 그들이 휘두르는 영향력이 얼마나 강하고 끈질긴가를 실감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통해 연예인들이 구조적 악(惡)에 착취당하면서도 그런 흐름에 올라타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는 연예계의 구조적 현실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그것을 외과적(外科的)으로 수술해 들어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도 장자연 사건 수사가 파헤치는 척하면서 결과적으로 덮고 넘어가기로 끝나게 되면 권력 속에 끼어든 어둠의 세력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장난을 치고 있다는 의혹만을 불러일으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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