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女 기밀 유출 사건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정부

  • 조선닷컴
    입력 2011.03.08 18:24 | 수정 2011.03.08 19:38

    중국 상하이(上海)총영사관 소속 한국 외교관들이 33세의 중국인 여성 덩(鄧)모씨와 불륜이 의심되는 관계를 맺으며 우리 정부 기밀을 흘린 사건을 정부가 이미 작년 11월에 알아차렸지만 사건 축소·은폐에만 급급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8일 외교통상부·법무부 등에 따르면, 김정기 당시 상하이 총영사는 작년 11월에 이미 덩씨와 연류돼 문제가 된 H(41) 전 영사와 K(42) 전 영사 등 2명의 조기 귀임을 본부에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건강 문제’ ‘현지생활 부적응’ 등이 겉으로 드러난 조기 귀임 사유였지만, 실제 귀임 사유는 중국인 덩씨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역시 이들 외교관의 불륜 및 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영사 2명이 각각 법무부·지식경제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조기 귀임 조치와 함께 원 부서 복귀로 사건을 매듭지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정부는 이 사건을 남녀관계 문제로 단순화하려 했다. 정보 유출 등에 대한 자체 조사도 없었고, 감사관실에 이 문제를 맡기며 ‘단순 규율 사건’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문제의 여성 덩씨가 중국 고위층과 친분을 과시하고, 총영사관의 민원을 해결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스파이’ 사건일 수 있다는 가정은 전혀 없었던 셈이다.

    외교부는 8일 상하이 주재 공관원들이 중국 여성과 잇따라 불륜으로 의심되는 관계를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덩씨와 상하이 총영사관 소속 외교관들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하게 하는 사진들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H 전 영사와 K 전 영사는 법무부 등 다른 부처 소속의 주재관이고, P 전 영사와 김 전 총영사는 이번 파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4일 총리실로부터 외교부 직원 1명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으니까 조사하라는 통보를 받고 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현재까지 본인 진술을 바탕으로 한 결과로 봐서는 의혹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작년 9월 (유명환 전 장관 딸의) 부정 특채 파동 이후 쇄신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다시 국민적 이미지가 실추될까 우려된다”며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단 외교부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각 재외 공관에 주재관의 근무기강을 점검하라고 지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총영사관의 비상연락망과 비자발급 기록, 정치권 인사 200여 명의 연락처 등이 이번에 유출됐기 때문에 재외공관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도록 강조할 계획이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도 필요하면 김 전 총영사를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http://focus.chosun.com/region/regionView.jsp?id=252" name=focus_link>상하이 총영사관에선 8일 오전 전체 영사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가 소집됐으며, 박진웅 부총영사는 이번 파문의 대책을 논의하고 앞으로 사생활 관리를 철저히 하고 불필요한 외부활동은 삼가라는 내용을 참석자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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