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밀려든다. 유채꽃은 제주도의 봄을 알리는 시작일 뿐이다. 3월 초 한라산 중산간(中山間·해발 350m 지점)의 야생화를 시작으로 동백, 왕벚나무 등이 5월 말까지 제주도 곳곳에서 꽃을 틔운다. 내륙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이기도 하지만, 제주도에서 한걸음 빨리 보면 더욱 반갑다.
유채꽃
3월 중순부터 4월까지 볼 수 있다.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 앞, 산방산 앞 외에도 제주시의 월성로터리, 노형로터리, 용문로와 서귀포시의 서귀포시 일주도로(스모루~휴팬션), 안덕면 한창로(상창삼거리~창천교통섬), 표선면 가시리 녹산로 등지에 많이 핀다.
왕벚나무
봄을 요란하게 알리는 꽃으로는 왕벚나무꽃만한 게 없다. 꽃이 가장 크고 화려하다고 해서 벚나무 중에서도 왕벚나무라고 불린다. 날이 따뜻해지면 제주도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광복 이후에 일본의 나라꽃이라는 이유로 베어지는 수난을 당했지만,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제주도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1976년부터 다시 심어졌다.
3월 말~4월 초에 피기 시작해 약 보름간 피어 있다. 제주시의 한북로, 연삼로, 도형로 등 도로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가는 길목 산자락에 신례리 왕벚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156호)가 있다.
왕벚나무 말고도 올벚나무(3월 중순~말), 벚나무(4월 초~중순), 산벚나무(4월 초~중순)도 볼 수 있다.
수선화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사랑한 꽃이다. 추사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다 영의정 권돈인에게 보낸 글에서 '수선화는 정말 천하의 구경거리다. 여기 제주에는 수선화가 없는 곳이 없다. 수선화가 피는 정월 그믐에서 3월에 이르러는 산이나 논둑, 밭둑 할 것 없이 수선화는 희게 퍼진 구름 같고 새로 내린 봄눈 같다'고 했다.
3월 중순 연삼로(종합청사~JIBS방송국)와 연북로(KCTV방송국 맞은편 유리네 식당~제주아트센터 입구 사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너도바람꽃·세복수초
한라산 중산간에서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세복수초가 핀다. 복수초보다 잎이 가늘어서 세복수초라고 불리는데 제주도에만 자생한다고 '제주복수초'라고도 불린다. 농밀한 노란색의 꽃잎을 활짝 피워 야생화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화려함을 자랑한다. 3월 초에서 4월 말까지 볼 수 있다.
세복수초와 함께 봄소식을 다투는 너도바람꽃도 중산간에서 볼 수 있다. 이 꽃의 속명인 에란시스(Eranthis)는 그리스어로 봄과 꽃의 합성어다. 3~4월쯤 숲 속에서 여린 줄기로 언 땅을 뚫고 나와 한 송이 하얀색 꽃을 피운다. 바람꽃으로 불리는 아네모네와 닮았다고 해서 너도바람꽃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동백
10월부터 피기 시작하지만 4월 초부터 중순까지 절정을 이룬다. 노랗거나 분홍빛 일색인 봄꽃들 가운데서 선연한 붉은 빛을 내기 때문에 단연 눈에 띈다.
북제주군에 있는 선흘 곶자왈의 동백동산에 20년 이상 자란 동백나무 10만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동백나무를 비롯해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비쭈기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난대성 수종이 함께 자란다. 서귀포시의 신흥리 동백나무 군락과 동백 테마 공원인 '카멜리아힐'에서 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