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86년 사이버전(戰) 전문 요원을 양성하는 미림대학(현 자동화대학)을 평양에 세우면서 전자전 능력을 키웠다. 미림대학을 나온 한 탈북자는 “소련 프룬제 군사대학 출신의 러시아 교수 25명을 초빙해 강의를 했다”며 “매년 100~110명의 해커 요원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미림대학은 5년제다. 압록강 군사기술대와 국방대, 공군대, 해군대 등에서도 전자전 요원을 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전자전(電子戰) 부대 출신인 장세율 북한인민해방전선(군 출신 탈북자단체) 사무국장은 7일 “2007년 탈북 당시 북한군에는 전자전을 전담하는 2개 여단(1200여명)을 포함해 3만여명의 전자전 요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전자전 2개 여단은 평남 상원과 남포에 각각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군단마다 전자전 부대인 자동화부를 운영하고 있다”며 “총참모부 산하 전자전국, 정찰총국(대남 공작총괄) 산하 기술정책국 등이 대표적 전자전 부대”라고 말했다.
인민군 군사출판사가 2005년 발간한 ‘전자전 참고자료’에 따르면 김정일은 “내가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현대전은 전자전이다. 전자전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현대전의 승패가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軍)은 2006년 보고서에서 “북한 해커부대가 미 태평양사령부의 지휘통제소를 마비시키고 미 본토 전산망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600여명에 이르는 북한 전문 해커들의 능력은 미국 CIA(중앙정보국)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2008년 8월 우리 야전군사령부 대령급 간부의 컴퓨터 해킹을 시도했었다. 미 국방부도 1999년 군 업무 관련 인터넷사이트 조회 국가를 역추적했더니 북한이 1위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경제난으로 전차·전투기·함정 등 재래식 전력(戰力)을 증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신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핵·생화학무기·미사일 등이 대표적이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우리 컴퓨터·통신 시스템을 일시에 마비시킬 수 있는 전자전 능력도 중요한 비대칭 전력”이라며 “북한이 현실 공간에선 핵무기로, 가상공간에선 전자전으로 전력(戰力) 우위를 차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