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무기 믿을 수 있나] 흑표 전차·K-21 장갑차 생산라인 줄줄이 '스톱'

입력 2011.03.07 03:01

[上] 창원 공장 가보니…
국산 '엔진·변속기'에 문제… 2013년까지 흑표 100대에 독일제 쓰는 것 검토 중
전차 만들던 인력 20%, KTX 공장으로 옮기기도… 터키는 한때 계약해지 요구

지난 2일 경남 창원 현대로템의 전차 용접 공장. 1만4850㎡(4500여평)에 달하는 공장 생산라인의 절반가량이 가동 중단 상태였다. 나머지 절반은 고장 난 전차를 구조하는 구난(救難)전차를 만들고 있었다.

◆'엔진+변속기' 국산화 추진하다 암초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공장의 생산라인은 대당 78억원에 이르는 차기 전차 K-2 '흑표' 생산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야 했다. 정부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3조922억원을 투입해 397대의 흑표 전차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차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파워팩(엔진+변속기)' 개발이 1년 이상 늦어지면서 흑표 생산은 시작도 못 한 채 멈춰 섰다. 덩달아 흑표 생산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협력·하도급업체 1400여 개사도 고전하고 있다.

K-2 전차의 파워팩(엔진 변속기) 개발 지연으로 K-2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경남 창원의 현대로템 공장. 공장에는 양산 막바지 단계인 K1A1 전차(뒤쪽)가 간간이 늘어서 있다. /창원=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현대로템과 협력업체들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흑표 양산(量産)에 대비해 1280억원을 들여 신형 기계 등을 도입했다. 그러나 생산 지연에 따라 로템측은 방산분야 인력 800여명 중 170여명을 KTX 등 객차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이직(移職)시켰다. 현대로템 김종형 노조위원장은 "흑표 생산 지연에 따라 종업원들이 상당히 불안해하며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파워팩의 국산화를 낙관하고 있었는데 이런 문제가 생겨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당초 초기 개발 단계에서 흑표 전차 시제품(試製品)이 독일제 파워팩을 썼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흑표를 수출하기 위해 2005년부터 파워팩 국산화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당초 지난해 12월까지 끝내기로 돼 있던 파워팩 국산화는 두 차례나 연기돼 현재 2013년 6월로 목표 시점을 늦춘 상태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흑표 생산지연에 따른 문제를 풀기 위해 2013년까지 생산될 100대에는 국산 대신 수입 파워팩을 쓰고, 나머지 297대엔 2013년까지 개발될 국산 파워팩을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국산 파워팩 테스트 결과 엔진 과열을 막기 위한 변속기 냉각팬 속도 등 일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한다. 하지만 방사청 등은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터키 수출에도 먹구름?

정부는 터키와 흑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 등으로 4억여달러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흑표 개발이 지연되면서 터키에 흑표 기술을 수출하는 문제도 영향을 받고 있다. 터키는 지난 1월 추가기술 지원 및 계약 일부 해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우리 방사청에 보내왔고, 방사청 고위간부 등이 지난달 터키에 급파돼 터키를 달래야 했다.

우리가 파워팩 국산화에 나선 까닭은 외국에 흑표를 수출하기 위해서다. 파워팩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고 독일제 등 수입품을 쓰면 우리 마음대로 해외에 전차를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또 S&T 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동안 1175억원을 투자해 함께 개발 중인 국산 파워팩은 개당 약 13억원으로, 수입품보다 개당 3억~5억원가량 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파워팩 문제로 인한 흑표 생산지연 사태에 대해 사전에 치밀한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 국산화 계획을 세웠고 무리한 국산화 개발일정을 제시한 것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전 국방위원장)은 "흑표 파워팩 개발사업은 어떤 형태든 상당한 잡음과 문제점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방사청은 사업관리 부실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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