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경남 창원 두산DST 공장의 한국형 전투장갑차 K-21 생산라인엔 미완성 K-21 10여대가 늘어서 있었다. 작년 7월 K-21 1대가 저수지 도하(渡河)훈련 중 침몰해 탑승 장병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사실상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면서 빚어진 일이다. K-21 완성품 50대도 공장 곳곳에 주차돼 있었다.

멈춰선 '수륙양용' K-21 생산라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07년 2747억원을 들여 개발한 K-21은 전(全) 세계 20t급 이상 장갑차 중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하 능력을 갖춘 장갑차다. 하지만 작년 7월 침몰 사고 이후 실시된 국방부 감사 결과, 장갑차 앞부분의 부력(浮力)이 부족한데다, 운행 중 가속브레이크에서 발을 뗄 경우 엔진브레이크가 걸려 차량 중량이 갑자기 앞쪽으로 쏠리는 설계 결함이 드러났다. 김종하 한림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장갑차의 수상운행 기능은 안전 문제 때문에 선진국도 잘 도입하지 않는다"며 "군이 무리한 기능을 요구해서 빚어진 일"이라고 했다.

연평도 포격 때 고장 난 K-9도 불량 잇달아

K-9 자주포(自走砲)도 잦은 고장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땐 우리 군의 유일한 대응무기였던 K-9 6문(門) 중 3문이 고장 나 부실 대응사격 논란이 일었다. 이 밖에 작년 8월엔 조향장치 부품 결함으로 국도변에서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던 K-9이 우회전을 시도했지만 차체가 왼쪽으로 기울며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고, 작년 9월엔 부동액 성능 결함으로 K-9 38대의 엔진 실린더 외벽에 구멍이 난 사실이 드러났다.

미사일고속함은 직진 안돼

해군의 최신예 유도탄고속함 2번함인 한상국함도 작년 9월 최종 시험평가에서 35노트(시속 약 65㎞) 이상으로 고속 항해할 때 앞으로 똑바로 가지 못하고 '갈지(之)자'로 운행하는 결함이 드러났다. 방산 당국은 현재 결함을 보완 중이다. 일각에선 1번함인 윤영하함에는 외국과 기술 제휴한 워터제트 추진기를 탑재했다가 한상국함부터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워터제트 추진기를 탑재한 게 원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