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이 상임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돼 이번 회기 내 본회의 처리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대책과 관련해 처음 논의가 시작된 농협 개혁의 오랜 과제가 17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은행·보험 같은 금융업을 담당하는 신용사업 부문과 농축산물 유통·판매를 담당하는 경제사업 부문을 별개의 조직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동안 농협은 농축산물을 팔아주고 유통시키는 본래 임무에서 벗어나 돈을 버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체 인력의 76%가 신용사업에서 일하고 있고, 경제사업 인력은 14%에 지나지 않는다.

농협법 개정안은 경제사업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경제사업을 우선적 사업목표로 설정하고 적극 이행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신설돼 농협의 책무를 분명히 했고, 정부 지원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조항도 추가됐다. 중앙회는 보유 자본의 30% 이상을 경제사업에 배분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경제사업 부문의 자본금은 현재의 2715억원에서 4조원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게 됐다. 농협마트를 비롯해 중앙회가 수행하고 있던 경제사업도 앞으로 5년 내 경제지주회사로 넘기기로 했다.

농협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면 농민들은 판로(販路) 걱정을 덜게 돼 농사만 열심히 지으면 된다. 현재는 전체 농산물 가운데 농협이 계약재배하는 물량이 10% 정도다. 농민들이 생산물의 대부분을 개별적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제값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경제사업이 활성화돼 농협의 계약재배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 농민들은 생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고, 중간상인들의 마진이 줄어들고, 농산물 수급과 가격이 안정돼 소비자들도 혜택을 보게 된다.

그러나 농협이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농협이 결국 금융지주회사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며 농협법 개정에 반발하는 농민단체들을 설득하면서 농협 사업구조 개편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농협 개혁은 금융지주회사의 경제사업 지원 역할을 좀더 구체화하고, 경제사업의 전문성을 높이면서,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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